▲ 쩡위친 CATL 회장(뒷줄 오른쪽 세 번째)이 17일 중국 푸젠성 닝더에서 전기차 기업 니오와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비롯한 협업 계획을 발표한 뒤 리빈 니오 회장(뒷줄 왼쪽 세 번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CATL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한화로 7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CATL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한국 배터리 3사와 달리 지난해 순이익 증가를 이뤄내 자금력이 상당한데 홍콩 상장 자금까지 더해 한중 격차를 더욱 벌릴 공산이 크다.
CATL은 25일(현지시각)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홍콩거래소에서 최대 2억2016만9700주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를 받았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앞서 CATL은 지난달 1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 요청을 접수했다. 중국 당국이 40여일 만에 CATL의 홍콩증시 상장을 승인함에 따라 관련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CATL의 이번 상장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021년 당시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가 62억 달러(약 9조900억 원)를 조달했는데 이에 육박하는 금액이 모일 수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CATL이 홍콩 상장으로 최소 50억 달러(약 7조3210억 원)를 유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ATL은 홍콩 상장으로 모은 자금을 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을 비롯한 해외사업 확장에 주로 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CATL 홍콩증시 상장의 흥행 가능성은 참여 기업 면모를 통해서도 엿보인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굵직한 투자은행이 상장에 참여한다. 마크 터커 HSBC 회장은 CATL 주식 인수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증시가 활기를 띤다는 점도 CATL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나 샤오미 등 다른 기업도 올해 3월 홍콩증시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모두 1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 유상증자가 흥행해 CATL 자금 유치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5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현장에 한 방문객이 삼성SDI 각형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기술 기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CATL의 해외 자금 유치를 거드는 요소다.
로이터는 투자업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기술 대기업에 감시를 완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가 중국 시장에 다시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CATL이 홍콩증시 상장으로 자금력을 강화하면 K-배터리 3사를 상대로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및 기술 격차를 더 크게 벌일 공산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모두 최근 실적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 맨 상황이기 때문이다.
CATL은 지난해 2023년보다 15% 증가한 5075억 위안(약 102조5321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교체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CATL은 중국 니오에 25억 위안(약 5044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 구축에 협업하기로 했다.
CATL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신기술 및 해외 시장 확장에 가속화를 내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은 2024년 순이익이 모두 직전 해보다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연간 순이익 감소율은 각각 79.9%와 72.1%를 기록했다. SK온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1조1270억 원이나 됐다.
삼성SDI와 SK온 등도 최근 각각 2조 원,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CATL과 달리 긴축 기조에 들어갔다.
CATL처럼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유치라기보단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을 트는 성격이 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CATL은 이미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합산 점유율을 웃도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CATL이 자금력을 앞세워 유럽을 비롯한 시장에 생산 거점을 늘리고 배터리 신기술을 도입하면 K-배터리에 압박이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K-배터리 3사에 유럽 점유율은 2022년 80%에서 2024년 60%로 하락했다. 투자 여력 악화로 이러한 추세를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배터리 3대 제조업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여기에 생산 증대 계획도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