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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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0일 동안 최 권한대행은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정책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헌재의 결정까지 무시하고 있어 자칫 '역대 최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제14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어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3월14일로 예상됐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졌지만 오는 17일이나 늦어도 18일에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고 이날로 80일째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3월18일 오후 2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변론 기일이 있기에 아무리 늦어도 18일 오전까지는 하지 않겠나”라며 “(윤 대통령 선고는) 17일이나 늦으면 18일 오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됐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도 윤 대통령 선고 이후 며칠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최 권한대행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조기대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한다. 반대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이 복귀하는 만큼 다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돌아간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되면 최 권한대행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복귀하게 된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80일이 지나는 동안 추가경정예산, 반도체특별법안,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관해 헌재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국정협의체 대화 파트너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를 두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최정점에 있는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이 최우선 사항으로 말한 ‘경제’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기업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1월 1.8%→ 2월 1.5%)와 씨티은행(1월 1.4%→1.2%)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한 달 사이에 더욱 낮아졌다.
여기에 정치권 움직임과 관계없는 최 권한대행의 ‘마이웨이’도 입길에 오르는 모양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맨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최 권한대행은 반도체특별법안의 주 52시간 근로 적용 예외를 두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 12일 반도체 연구직에 적용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1회당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의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국회 입법을 건너뛰고 시행령으로 풀어갔던 윤석열 정권의 모습을 답습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노동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6개월에 6개월 연장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건 결국 1년 내내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미”라며 “근로기준법에 명문화된 초과근로 한도를 무시하고 지침 제정을 통해 이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건 더 이상 특별’하지도 않고 적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연구직 지침 개정뿐만 아니라 같은 날 정부가 갑작스럽게 발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전환도 여야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주장하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수용 입장을 나타내고 국민의힘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논의 대상에서 빼겠다고 하면서 한 걸음씩 진전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데 최 권한대행이 갑자기 상속세 부과 방식 자체를 바꿔 유산취득세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여당은 현행 유산세 체제 아래에서 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는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아예 변경하자는 것”이라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대안을 두고 당정이 충분한 사전 조율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14일 민주당을 향해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발표와 별개로 상속세 공제 완화를 뼈대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최 권한대행의 선택적인 권한 행사는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은 여권의 눈치를 보며 마 후보자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반면 법률안 거부권이나 경찰 인사 등에만 권한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14일 야권 주도로 통과된 명태균특검법안까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80일 동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8차례 거부했다. 이로써 최 권한대행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윤 대통령(25회)에 이어 역대 최다 재의요구 기록을 경신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현상 유지와 관리에 충실했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5개월여 동안 권한대행을 맡았던 만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전반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면서 국정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당시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었던 브랙시트에 따른 한영 관계를 재구축했다.
반면 최 권한대행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보류하도록 설득할 기회를 원한다”며 아직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소통하지 못한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할 뿐이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두 사람(고건·황교안)과 비교해도 최 권한대행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많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은 WSJ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For now) 내 임무를 다하는 데 집중해야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 권한대행을 향해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어 대권 주자로 나서는 헛된 꿈을 꾸고 계신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위헌위법한 행위를 일삼은 죄, 내란 수사를 방해한 죄, 국회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