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산 절차에 돌입한 노스볼트 이사회 의장 및 투자자들이 유럽연합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경쟁 국가와 배터리 산업 경쟁에 대응하려면 중장기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스볼트 스웨덴 공장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 이어 본국인 스웨덴에도 회생 절차를 신청한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 투자자들이 유럽연합(EU)의 정책 실패를 파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노스볼트 이사회 의장은 유럽이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에 의존을 낮추려면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사실상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파산 상태에 놓인 노스볼트의 수장이 유럽에 자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톰 존스턴 노스볼트 임시 이사회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럽 정치인들이 아시아 배터리 제조사에 의존을 낮추는 데 많은 비용과 고통이 따른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스볼트는 유럽의 사실상 유일한 대형 배터리 제조사로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주목받았지만 현지시각으로 12일 스웨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파산을 신청하고 회생 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진 것이다.
폴크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다수의 투자자가 현재까지 150억 달러(약 2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마저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스볼트가 CATL을 비롯한 중국 상위 배터리 업체와 경쟁에 한계를 맞았다는 점을 전기차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노스볼트 투자자들은 스웨덴 정부와 유럽연합이 노스볼트에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파산 사태의 배경이 되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CATL과 같은 자국 기업 육성에 막대한 지원을 통해 성과를 낸 반면 유럽의 정책적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존스턴 의장이 사실상 유럽연합 차원에서 노스볼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점도 이와 유사한 선상에 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유럽이 노스볼트를 기반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 산업은 매우 고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오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스볼트 파산을 계기로 CATL을 포함한 중국 기업의 유럽 내 생산설비 확보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위원회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유럽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탈탄소화 목표에도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스볼트와 관련한 구체적 지원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