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표는 최근 다섯 번째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글로벌과 플랫폼 양축을 앞세운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전략을 실행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올해 상반기 태국 가상은행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 준비에 돌입했다.
10일 카카오뱅크의 채용, 사업입찰 공고 등을 살펴보면 최근 태국 가상은행 진출을 위한 인력과 시스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월31일까지 태국 디지털뱅킹 서비스 기획, 신규은행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과 프론트엔드 개발을 각각 담당할 글로벌기술팀 개발자 영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채용공고에서 2025년 중반부터 태국 방콕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태국 가상은행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리 PMO(프로젝트관리조직)사업 컨설팅을 위한 경쟁입찰도 진행했다. 낙찰자는 3월 둘째 주 카카오뱅크와 사업계약을 맺고 4월 중순까지 6~8주가량 업무를 하게 된다.
태국 중앙은행이 올해 상반기 안에 가상은행 사업 자격심사를 마치고 인가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적 사업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 현지당국은 가상은행 사업 인가와 관련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1년 안에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뒀다.
윤 대표는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현지 스킨십을 넓히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윤 대표는 4월 22~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 회사 출범 뒤 2년 만에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해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성공전략을 바탕으로 ‘디지털은행의 수익성 확보 방안’에 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룽 포샤난다 말리카마스 태국은행 부총재가 태국의 디지털뱅킹 생태계 구축 노력과 관련된 연설을 하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등의 금융당국 책임자들도 대거 참석한다.
윤 대표에게 태국은 카카오뱅크의 해외사업의 본격적 확장을 알리는 의미 있는 국가다.
이번 태국 가상은행 사업은 카카오뱅크가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글로벌시장에서 진짜 ‘실력’을 입증하는 행보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시장 진출을 위해 일찌감치 태국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시암중앙은행(SCB)의 지주사 SCBX, 중국 위뱅크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아직 컨소시엄 내 지분관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카오뱅크는 2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공식 출범으로 이미 해외시장 진출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뗐다. 다만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동남아 IT플랫폼기업 '그랩'과 현지 통신사 싱텔이 주축이 돼 추진한 사업에 지분 투자(10%) 방식으로 합류한 것이다.
태국에서는 현지 당국 인가와 서비스 기획 등 은행 설립단계에서부터 함께한 만큼 실제 현지 서비스 운영 등에서의 역할과 형태도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카카오뱅크가 2024년 1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프리젠테이션 자료 가운데 글로벌사업 부분 갈무리. <카카오뱅크>
태국 금융시장은 한국 시중은행들이 앞서 1997년 금융위기 당시 모두 철수한 뒤 27년이 지나도록 다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 주요 은행들은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현지 사업을 접으면서 아직까지 ‘미운 털’이 박혀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국내 은행권은 해외시장에서 동남아의 비중이 30%를 넘지만 시중은행 가운데 태국에 재진입한 곳은 없다. 한국산업은행도 1998년 태국에서 철수한 뒤 2013년 방콕 사무소를 열었지만 영업허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태국에 진출한 곳은 삼성생명, KB국민카드, 다올투자증권 정도에 그친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은행시장에 진출한다면 27년 만에 굳은 장벽을 깨는 성과를 내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아세안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태국을 글로벌사업 전략지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해외 진출 국가를 더욱 늘려간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윤 대표는 최근 카카오뱅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추천돼 5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카카오뱅크 임추위는 윤 대표 추천 이유로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향후 행보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추위는 “윤호영 후보자는 국내 인터넷은행의 첫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카카오뱅크의 성장과 혁신이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안정적 리더십으로 미래 청사진을 완수할 최적임자로 판단해 윤 대표를 차기 대표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태국 가상은행 인가전에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을 포함해 5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국 중앙은행은 최종 3곳 정도에 라이선스를 주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지화에 최적화된 금융사들와 협업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역량을 태국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태국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카카오뱅크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