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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SK그룹 배터리 캐즘 돌파하나, 최태원에게는 '최종현 정신' 있다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5-03-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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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SK그룹 배터리 캐즘 돌파하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6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태원</a>에게는 '최종현 정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버지 최종현 경영정신을 받들어 인공지능과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아버지 죄종현 선대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경영철학'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큰 자산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동력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와 사업 구조 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는 과거 최종현 선대회장이 불확실한 미래에도 뚝심 있는 투자로 SK그룹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최종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미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AI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 차원에서 AI와 반도체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정보통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던 결정을 떠올리게 한다.

◆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SK텔레콤 도약의 발판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0년대 초 이동통신 사업의 미래를 예견하고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SK는 기술 부족, 경험 부족, 막대한 투자 비용 등 여러 난관에 직면했지만 최종현 회장의 뚝심 있는 리더십 아래 CDMA 기술 개발에 매진하여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CDMA 상용화는 SK텔레콤(당시 한국이동통신)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선두 주자로 발돋움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CDMA 기술을 기반으로 SK텔레콤은 고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나갔고, 이는 SK그룹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공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선구안과 과감한 투자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신업계에서는 CDMA 상용화를 두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고 통신장비와 단말기 수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 SK하이닉스, HBM 기술 리더십으로 AI 시대 주도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AI와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전체 103조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 중 약 80%(82조 원)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구상은 AI 시대에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여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역시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AI 플랫폼 '누구(NUGU)'를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여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통해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씨저널] SK그룹 배터리 캐즘 돌파하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6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태원</a>에게는 '최종현 정신' 있다
▲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 최종현의 ‘수직계열화’ 전략, 배터리 사업 위기 극복의 열쇠

SK그룹에 긍정적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SK그룹 전체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위기는 수치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사업에서 2024년 기준 연간 영업손실 1조 원을 넘기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SK온은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평균 공장가동률은 46.2%로 절반을 밑돌았고 배터리 매출이 급격하게 줄면서 공장을 돌리는 대신 재고 소진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SK온은 2024년 9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약 20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약 30조 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 차입금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조2천억 원 가량의 채무도 지고 있다.

여기에 SK온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약 3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2026년까지 적격상장(Q-IPO)을 약속했지만 배터리 사업의 부진은 SK그룹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며 2026년 기업공개(IPO) 성공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에서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계열사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직계열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배터리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과거 최종현 회장이 유공을 인수하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을 발전시킨 사례와 유사하다.

◆ 유공 인수와 수직계열화, SK그룹 성장의 발판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제2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시기에 대한석유공사(유공, 현재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유공은 정부의 핵심 국영 기업이었지만, 잦은 파업과 노사 분규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최종현 회장은 유공을 인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 및 경영 혁신을 통해 유공을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또한 최종현 회장은 유공 인수에 그치지 않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하여 SK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는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여 SK그룹을 에너지·화학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최종현 회장의 유공 인수와 수직계열화 전략은 SK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SK 위기, 다시 '최종현 정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다. 배터리 산업은 석유화학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 환경 또한 더욱 치열하다. 

또한 2022년 SK그룹의 총 설비투자는 35조 원을 넘었지만 흑자 없는 대규모 투자와 이를 위한 차입이 지속되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종현 선대회장의 도전정신, 위기 극복 리더십, 인재 중시 철학은 SK그룹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AI와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여 기업 가치를 높여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24년 미국 출장에 나서면서 그룹 차원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정신을 다시 돌아볼 때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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