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카드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미배당'을 결정했다.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승부수'란 분석이 나온다.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건전성을 다지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KB금융지주 역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계열사인 KB국민카드의 '배당 미실시'를 감수했다. 지주회사로서 챙길 수 있는 몫을 포기한 것이다.
▲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건전성 기반을 단단히하기 위해 미배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 KB국민카드 > |
KB금융이 믿음을 보인 셈인데 김 사장이 올해 KB국민카드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성장기반 확보 성과를 낸다면 지주내 입지도 한 층 단단해 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선 전날 알려진 KB국민카드의 미배당 결정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오갔다. KB국민카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2024년도 결산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짤막하게 알렸다. 2013년 이후 11년 만의 미배당이다.
회사의 배당 여부는 기본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뒤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때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배당 결정 단계에서부터 모회사인 지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대체로 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데다, 따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로서는 계열사 배당금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배당 규모에 대한 사전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미배당 결정이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김 사장이 KB국민카드 미배당이라는 사안을 두고 KB금융과 KB국민카드 사이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어서다.
KB금융은 지난해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뒤 흔들림 없는 이행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 여력을 고려했을 때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카드가 배당으로 재원 마련에 힘을 실어야 할 필요도 큰 셈이다.
그러나 밸류업 계획이 KB금융 의사결정의 주요 기준점이 되는 시점에 KB국민카드는 미배당 결정을 발표했다.
KB금융 밸류업 계획과 KB국민카드 재무 상황에 모두 이해도가 높은 김 사장이 KB국민카드의 지속가능 성장 구조에 힘을 싣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KB국민은행에서 양주테크노지점장, 기업상품부장, 중소기업고객부장, 기업금융솔루션부문장, 경영기획그룹대표 전무,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을 역임한 뒤 KB금융지주로 이동해 2024년 지주 CFO를 맡았다.
지주 CFO를 지내면서 KB금융 밸류업 계획의 기틀을 만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초 KB금융은 밸류업 계획 문서에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사장은 지주 CFO 시절 “KB금융의 밸류업은 시장 참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한 밸류업’”이라며 “KB금융은 주주환원의 목표치를 정하지 않고 프레임워크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KB금융 밸류업의 목적을 특정 목표치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본 것이다.
지주 CFO는 지주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의 재무도 들여다보는 자리다. 대표를 맡기 이전부터 KB국민카드의 재무적 상황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였다.
▲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1월17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진행한 2025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KB국민카드 > |
그 같은 맥락에서 김 사장은 미배당으로 확보한 여력을 바탕으로 KB국민카드의 지속성장을 위해 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는 배당을 미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 KB국민카드의 건전성 지표들이 미진한 정도는 아니다.
2024년 말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31%다.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를 마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하나·우리)의 2024년 말 연체율 평균 1.426%보다 낮다. 5개 카드사 가운데 연체율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다만 KB국민카드의 지표만을 놓고 보면 건전성은 악화했다.
KB국민카드의 2024년 말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28%포인트 높아졌다. 부실채권(NPL)비율은 2024년 말 1.08%로 나타났다. 2023년 말 1.06%에서 소폭 오른 것이다.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카드사에게 손실흡수능력 강화는 추후 영업 확대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현재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대출사업에서 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대출사업은 건전성 리스크가 높은 만큼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카드업계가 고금리에 조달비용 증가 리스크를 안았던 점도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높이는 지점으로 여겨진다.
다만 '미배당'이라는 이례적 강수를 둔 마당이라 성과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올해 건전성과 성장기반 확보 측면에서 성과를 낸다면 지주 내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취임사에서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KB국민카드를 만들자”며 “우리는 단기적 이익보다는 멀리보고 계속해서 성장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부는 굶어도 이듬해를 위한 종자를 남기듯 견고한 건전성을 통해 단단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실행해 성장이 후배 세대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경영관리체계를 재정립해가자”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2024년 12월 KB국민카드 사장에 내정된 뒤 2025년 1월 임기를 시작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