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인신구속을 면하기 위해 소송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사법부의 반감만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형사법 체계에 있는 방어기술을 총동원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극우 지지층을 결집해 국면 전환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사를 지연시키는 행태는 사법부의 강경한 기조에 막혀 불구속수사가 실현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일시적 구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추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향후 대응방안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속셈이 들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체포영장 거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서 법원은 수사기관이 청구한 구속영장청구서를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열람 및 복사를 해줘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주요 범죄 혐의사실과 그 근거를 확인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체포영장 거부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면 대국민 메시지를 내면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최근 윤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대국민 메시지를 낼 수 있으며 자신이 직접 헌법심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이런 관측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변호사는 5일 낸 입장문에서 "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일 가운데 적정한 날짜에 직접 출석해 국민들 앞에 의견을 밝힐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이런 윤 대통령의 노림수를 간파하고 구속수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5선 의원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미 용산 관저를 빠져나와서 제3의 장소에 도피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불교방송(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 나와 "대통령 관저가 있는 곳 주변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관도 있고 합참의장의 공관도 있다"며 "윤 대통령이 다른 공관으로 도주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윤 대통령의 도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 관저에 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
윤석열 대통령이 근처 관저 등으로 도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도주 우려뿐만 아니라 증거인멸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병효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은 최근(2024년 12월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탄핵소추 의결로 대통령직 직무정지가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 유력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며 "전화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아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증거인멸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최근(2024년 12월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이틀 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를 한 것을 두고 "100% 증거인멸을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법부에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에 따른 신변확보 문제 장기화와 관련된 우려를 고려해 법률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의 집행을 불허해달라고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영장 발부에 대해서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조목조목 기각 사유를 따져 밝히기도 했다.
법원은 공수처가 수사권이 있는 직권남용죄가 혐의사실에 포함돼 있어 공수처법에 따라 관련있는 내란죄를 혐의사실에 포함시킨 것은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위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가 용산구에 있기 때문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관할인 만큼 관할권 문제를 다투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신구속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만큼 윤 대통령 측에서 체포영장 집행 거부로 재판지연 전략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불구속 재판을 받을 공산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률전문가들 역시
윤석열 대통령 측의 이와 같은 소송지연 행동이 헌정질서 체계를 흔드는 망동인 만큼 사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노희범 변호사는 7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
윤석열 대통령 측이 소송지연 전략으로 탄핵심판을 비롯한 법률절차를 방해하고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가 단호하게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이런 시도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