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쿠르스크에 위치한 가스 압축 설비 파이프라인을 한 노동자가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천연가스 재고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빠르게 떨어진 유럽연합(EU)이 올해 여름까지도 에너지 부족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의 가스 부족 상황이 여름까지 지속돼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가스는 난방 외에도 제조업 분야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는 만큼 가스가 부족해지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집행위원회는 각 회원국들이 겨울철을 앞두고 9월부터 12월까지 가스 재고를 90% 이상 채워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기준 네덜란드 유럽연합 가스거래소 (TTF) 벤치마크에 따르면 현재 유럽 가스 가격은 1메가와트시 당 49.6유로(약 7만5천 원)까지 올랐다. 이는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해 발생한 유럽 에너지 위기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유럽 가스 가격 상승 원인으로 올겨울 추위와 러시아 천연가스 거래 중단을 들었다.
유럽은 앞서 2022년과 2023년에는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이 때문에 가스 수요가 감소해 우크라이나전 영향으로 줄어든 가스 수입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고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유럽연합이 지하 가스 창고에서 꺼내 쓴 가스량은 약 57.4테라와트시였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110.2테라와트시였다.
같은 기간 10년 평균 재고 소진량이 약 165테라와트시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사용량이었다.
반면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소진된 가스량은 약 254.0테라와트시에 달해 예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0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자국 내 파이프라인 통과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할 길이 원천 봉쇄된 점도 재고 소진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이를 종합해볼 때 올겨울이 지나갈 즈음에는 유럽 가스 재고는 약 35~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겨울철 종료 당시 유럽 가스 재고가 약 60%를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 채워야 할 가스량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셈이다.
채워야 하는 양은 더 많아졌는데 수입처는 줄어들어 여름철에도 재고가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실제로 글로벌 가스 수입 시장에서는 현재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상적으로 1메가와트시당 1유로에 거래되는 여름철 가스 선물거래가가 4유로까지 오른 상태다. 현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거래가는 향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들어선다면 유럽의 상황을 완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올해로 예정됐던 생산 라인들이 대체로 2026년이나 2027년으로 연기된 상황이고 아시아의 수요도 꾸준한 편”이라며 “유럽은 여름까지도 상승한 가스 가격이 더 오래 유지되는 상황을 직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