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을 맞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러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게방향으로 피아트 '판디나', 포드 'F-150', 르노 '클리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 셀러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와 베스트셀링카즈블로그, 각 업체별 최신 자동차 판매실적 통계를 바탕으로 어떤 차들이 올해 세계 주요국 최고 인기 차량으로 떠올랐는지 분석했다.
포커스투무브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차량은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코롤라가 유력하다.
코롤라는 올해 1~10월 90만1991대가 팔려, 2위 테슬라 모델Y(86만5868대)에 약 3만6천 대 앞선 세계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코롤라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준중형 차급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아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SUV)·해치백 외형 등을 두루 갖췄다.
다만 세계 각국별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각 시장 환경에 따라 인기 차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베스트셀링카는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가 확정적이다.
회사별 판매 실적 통계를 보면 쏘렌토는 올해 1~11월 8만5710대가 팔렸다. 2위 대형 레저용 차량(RV) 카니발(7만5513대)과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1만 대 넘는 판매 격차를 보이고 있다. 3위는 같은 기간 7만912대가 팔린 현대자동차의 중형 SUV 싼타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큰 차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시장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석권했던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6만4444대)는 올해 기아 준중형 SUV 스포티지(6만5827대)에도 밀려 5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승용차 누적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9.9%로 사상 처음 연간 3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SUV와 RV 합산 판매 비중은 66%였다. 업계에선 국내 공간 활용도가 높은 차량 인기가 지속 높아지면서 국내 세단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유럽은 소비자의 실용적 성향과 좁은 도로가 많은 환경 등의 영향으로 소형차들이 인기를 끌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오래된 마을의 좁은 길이 많고 주차 공간이 협소한 이탈리아에선 스텔란티스 산하 자국 브랜드 피아트의 경차 '판다'가 올해 1~11월 9만5423대가 팔려 압도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다는 1980년 첫 출시 뒤 40여년 동안 현지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져왔다.
판다는 지난 2월 차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차명을 '판디나'로 바꿨다. 내년 1월엔 전기·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되는 4세대 모델 '그란데 판다'가 판매에 합류한다.
그런데 판다의 전장은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305mm가량 크게 늘린 3990mm로 소형 SUV 차급에 속한다.
피아트는 2030년까지 3·4세대 모델을 병행 판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올해 1~11월 이탈리아 자동차 판매 2위는 프랑스 르노그룹 산하 루마니아 자동차제조사 다치아의 소형 SUV 산데로(5만7097대)가, 3위는 스텔란티스 아래 지프의 소형 SUV 어벤저(3만7657대)가 차지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자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가장 강한 시장이다.
올해 1~11월 소형 해치백 르노 클리오가 8만1414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2위 다치아 산데로(6만9180대) 3위 소형 해치백 푸조 208(4만5789대)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 올해 누적 판매 톱10에는 9위 도요타 야리스를 제외하면 모두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 자국 브랜드 또는 르노그룹 산하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에서도 톱3를 모두 자국 브랜드 폴크스바겐 모델들이 꿰찼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9만2261대가 팔린 폴크스바겐의 준중형 해치백 골프가 현지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폴크스바겐 소형 SUV 티록(6만9892대)이, 3위는 준중형 SUV 폴크스바겐 티구안(6만1797대)이 차지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전환이 빠른 나라인 노르웨이에선 작년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 '모델Y'가 올해 1~11월에도 1만4926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2위 볼보 EX30 6623대, 3위 폴크스바겐 ID.4 6544대가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노르웨이 자동차 시장에선 판매 톱3뿐 아니라 10위까지 모조리 다 전기차 모델들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89.3%)에 육박한다.
미국에서는 현지 완성차업체 포드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F-시리즈'가 올해 1~11월 68만4068대가 팔려 48년째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브랜드의 대형 픽업 '실버라드'가 50만2940대 팔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43만897대가 팔린 도요타의 준중형 SUV '라브4'가 차지했다.
미국은 넓은 영토에 단독 주택이 많아 한 번에 많은 짐을 싣는 일이 잦은 데다, 높은 인건비로 가전제품,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자가용으로 운송하는 게 일반적이라 각 가정마다 픽업트럭 1대는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은 신차 판매 시장에서 경차 판매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로 경차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올해 1~11월 일본에선 경차 혼다 'N-박스'가 19만1423대 팔려 지난해에 이어 현지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2위는 도요타 코롤라(15만4244대), 3위는 경차 스즈키 '스페이시아'(15만3136대)가 뒤를 이었다.
일본에서 경차 수요가 높은 것은 차를 살 때 경제성을 우선 순위에 놓는 소비자 성향뿐 아니라, 독특한 시장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도로 폭이 좁은 일본에선 차를 살 때 집 반경 2km 내 주차장을 확보토록 하는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외부 주차장 1칸 면적이 경차나 소형차만 이용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일본에서 차를 구매한 뒤 3년, 이후 2년마다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경차는 정액으로 '중량세'를 받지만 경차가 아니면 0.5톤 당 추가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한국차가 판매 1위를 차지한 국가도 있다.
서유럽의 섬나라 아일랜드에선 올해 1~9월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이 4679대가 팔려 도요타 코롤라(4247대)에 400여 대 앞선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 준중형 SUV '스포티지'는 같은 기간 3379대로 현지 판매 4위를 기록했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올해 1~10월 세계 판매량에서도 각각 7위(49만7606대), 9위(44만8693대)에 이름을 올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