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대출 확대 계획을 두고 ‘성장’과 ‘건전성’ 사이 딜레마로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은행은 사업자대출 상품 포트폴리오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치중돼 있는데 경기침체에 따라 내년 개인사업자 상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서다. 인터넷은행은 가뜩이나 쉽지 않은 건전성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내수 부진 심화 전망에 개인사업자대출 확대와 관련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내수 부진 심화로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출 부실 리스크 우려가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로 2년 사이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개인 대출 연체차주는 614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내년 경제전망이 더욱 안 좋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들은 2025년 개인사업자대출 확대 전략과 관련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건전성 관리 측면을 고려하면 사업자대출사업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3사는 안 그래도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일정 부분을 중·저신용자에 내줘야 하는 규제 때문에 시중은행과 비교해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개인사업자대출 상품도 아직은 신용대출이 대부분이다. 케이뱅크가 유일하게 올해 8월 개인사업자 대상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놨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아직 담보대출 상품이 없다.
기업대출 대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아닌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한정돼 있다.
경기침체로 자영업자 차주의 경영 어려움이 커지고 폐업, 휴업이 늘어나면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3사의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1.85%로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평균(0.29%)보다 훨씬 높다. 올해 들어 사업자대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연체율 평균도 1년 전 같은 기간(0.48%)보다 급격하게 악화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이 1.21%로 전년동기(0.11%)보다 1.1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잔액이 5조 원가량 증가했어도 연체율이 0.50%에서 0.45%로 개선된 것과 비교된다.
케이뱅크(1.72%)와 토스뱅크(2.63%)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다.
인터넷은행3사는 3분기 기준 기업대출부문의 무수익여신 잔액 합계도 576억 원으로 1년 사이 61.5%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과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보다 악성대출로 취급된다.
▲ 케이뱅크가 2024년 8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다. <케이뱅크> |
인터넷은행3사는 새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자대출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금리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은 줄고 가계대출은 정부의 억제 기조에 공격적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신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해서다.
인터넷은행들은 내년 성장전략이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성장정체 우려를 받아온 데다 최근 자산성장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밸류업 정책을 내놓고 주가부양에 힘을 실었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고 토스뱅크도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성장성을 확인시켜줘야 하는 과제가 여전한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2025년 개인사업자 대출 한도 상향, 담보대출 상품 출시와 확대 등 포트폴리오 강화 계획을 세워뒀다. 토스뱅크를 포함 인터넷은행3사는 기업 신용대출과 보증서대출에 꾸준히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조26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3024억 원)보다 29.3%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잔액이 1조6660억 원으로 1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고 케이뱅크도 1조474억 원으로 44%가량 증가했다.
토스뱅크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1조5560억 원으로 2023년 3분기(1조7915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은 기본적으로 관리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원래도 연체율이 계속 오르는 추세가 나타났다”며 “사업자대출은 경기변동의 영향도 민감한 영역인 만큼 포트폴리오와 평가모형 등을 고도화해 건전성을 관리에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