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비상계엄 사태를 맞아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비상계엄 상황이 일단락되기는 했으나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물가가 다시 요동칠 우려가 있어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가 비상계엄 여파가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를 살피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인 내년 1월16일 회의에서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야간 거래 중에 1446원까지 치솟은 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가다 '비상계엄'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 선포 후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기는 했으나 당분간 탄핵정국으로 진입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영향을 받아 원화 약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한층 격화되면서 원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월에 금리를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이슈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도 있어 당장은 1월보다 2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기준금리 완화하는 큰 틀의 통화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커진 것은 맞지만 상승 폭이 가파르지 않고 외환당국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해 환율 급변동 때 다양한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기 위해 내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게다가 계엄선포 여파로 인해 내수 부진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과제들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진행하는 내수 진작 대책들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통화정책의 무게 추를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왔던 이 총재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완화 기조를 지속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연말하고 1월 초까지는 계엄령이 만든 변화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이번 이슈가 통화정책을 급격하게 바꿀 만큼은 아니라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