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급차 위주 수입차 시장에서도 SUV가 세단 판매량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은 올해 수입 SUV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사상 처음 세단 판매량을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산차 시장에서도 SUV가 판매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고급차 위주 수입차 시장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SUV는 10만3713대가 판매돼 전체 수입 신차 판매의 47.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수입 세단은 1만4891대로 47.9% 판매 비중을 보였다. 점유율로 0.6%포인트, 판매 대수론 1178대 박빙 차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국산차를 합친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올 1~10월 SUV 판매 비중은 56.4%, 세단은 30%로 SUV가 세단을 이미 압도하고 있다. 국내 SUV 판매 비중은 2020년 43.3%로 사상 처음 세단(41.8%)을 역전한 뒤 해마다 그 격차를 벌려왔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만 따로 보면 2020년까지만해도 연간 세단은 15만5563대(56.6%), SUV는 10만9486대(39.8%)가 팔려 세단이 17%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앞서 있었다. 그 뒤 SUV는 수입차 시장에서 세단과 점유율 격차를 2021년 9.9%포인트, 2022년 9.5%포인트, 지난해 6.8%로 빠르게 추격, 올해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SUV는 국내 승용차 수요가 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상당 기간 작업할 때 쓰는 '짐차'란 인식 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차박 등 야외 활동이 늘고, 오프로드 주행과 실내 공간 활용성에 장점이 있는 레저용 차량으로 인식 전환에 성공하면서 SUV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차량 형태로 자리잡았다.
올해 1~10월 국내 누적 판매 톱4에는 기아 쏘렌토, 기아 카니발, 현대차 싼타페, 기아 스포티지 등 모두 준중형급 이상 국산 SUV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수입차 시장과 국산차 시장에 SUV가 침투하는 데 걸린 시차는 '고급차는 세단'이라는 기존 인식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그 중에서도 상위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 수입차 시장 특성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도 SUV가 세단 판매를 넘어서는 추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의 기술 진보를 첫 손에 꼽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세단 승차감이 SUV보다 좋았고, 소음진동 측면에서도 우수했다. 하지만 요즘엔 도심형 SUV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SUV도 세단 못지 않은 승차감과 안락감을 제공한다"며 "SUV가 고급화를 통해 세단 편의성을 충분히 따라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술이 좋아지면서 SUV는 세단의 장점을 흡수해 오프로드 성능뿐 아니라 안락감, 편의성, 고급 옵션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제조사들이 수익성 좋은 SU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SUV 판매가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세단보다 SUV를 만들어 팔면 수익성이 올라간다"며 "SUV에 (수익성과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붙여 출시하는 것이 성공 공식"이라고 말했다.
▲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 홈페이지> |
현재 람보르기니 우루스, 포르쉐 마칸, 롤스로이스 캘리건 등 대표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들도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 중 람보르기니와 포르쉐의 올해 국내 누적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4.1%, 50.5%로 절반을 넘어선다.
올해 1~10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SUV '톱3'는 테슬라 모델Y 1만4623대, 메르세데스-벤츠 GLC 6300대, 볼보 XC60 5003대 순으로 모두 중형 SUV가 이름을 올렸다.
세단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만135대)와 BMW 5시리즈(1만6990대) 등 준대형급 차종이 압도적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을 고려하면 SUV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차급 판매가 많은 셈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SUV 강세는 차체가 큰 고급 차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연내 수입 SUV 판매량이 세단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허원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