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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인력 탈취' ASML도 겨냥, 미국 규제 강화에 기술 확보 다급해져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4-11-28 15: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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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인력 탈취' ASML도 겨냥, 미국 규제 강화에 기술 확보 다급해져
▲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인력 영입 타깃을 한국과 대만 제조사에서 유럽 장비업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 공장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 전문인력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데 이어 첨단 장비업체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규제로 극자외선(EUV)을 비롯한 첨단 설비를 사들이기 어려워지며 기술 발전에 한계를 맞자 네덜란드 ASML의 인력 유출 문제도 급부상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중국이 기술 인재 영입을 위한 제안을 폭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내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선두 국가인 한국이나 대만 경쟁사의 기술 인력을 영입하는 데 적극 힘써왔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뒤에는 고액의 급여를 앞세워 임원급을 채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 강국 출신의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사의 기술력을 따라잡아 자급체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유출과 관련해 중국으로 이직한 전직 임직원을 고발하거나 중국 기업과 소송전을 벌인 사례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은 민감한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행위를 특별히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에서 중국으로 이직한 임원과 관련해 법적 문제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도 최근 중국의 반도체 인력 영입과 관련해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문제를 거의 겪지 않았다.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만한 경로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뿐 아니라 관련 부품과 장비 기업의 인력까지 본격적으로 영입에 속도를 내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네덜란드, 독일 등 국가는 반도체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다소 뒤처지고 있지만 제조 장비나 부품 등 영역에서는 글로벌 상위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인력 탈취' ASML도 겨냥, 미국 규제 강화에 기술 확보 다급해져
▲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장비 및 엔지니어 사진.
특히 독일 정부는 화웨이가 최근 반도체 장비 기업 자이스SMT 임원들을 영입하려 시도한 정황을 두고 본격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화웨이 헤드헌터들은 해당 임원들에 현재의 3배 수준에 이르는 급여를 제시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 기술인력을 영입할 때와 비슷한 전략인 셈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공급하는 ASML도 중국 기업들의 주된 타깃으로 급부상하며 인력 유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또는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첨단 노광장비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기업이 EUV 장비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블랙리스트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규제 영향으로 반도체 기술 개발에 장기간 차질을 겪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에 ASML의 일반 노광장비(DUV) 대중국 수출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결정하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SML의 장비를 사들이거나 수리를 받을 수 없게 되면 설비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업체들이 ASML과 자이스SMT를 비롯한 반도체 장비 기업까지 기술인력 영입 시도를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서 기술 인력을 영입해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만 제조 경쟁력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ASML 전직 직원은 2020년에 회사를 떠났지만 아직까지 화웨이에서 1~2개월마다 이직을 제안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그만큼 끊임없는 인재 영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와 SMIC가 지난해 7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를 상용화한 배경도 삼성전자와 TSMC를 모두 거친 엔지니어를 영입한 성과일 수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컨설팅업체 DGA는 “해외 반도체 기술 엔지니어 확보는 중국 기업들에 ‘지름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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