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4-11-28 14: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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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고강도 쇄신인사를 실시했지만 신동빈 회장 아들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강도와 규모 측면에서 모두 역대 최대인 인사다.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2023년 말보다 13% 줄었고 최고경영자(CEO)는 전체의 36%인 21명을 교체했다.
이번 임원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이라고 롯데지주는 설명했다.
롯데지주에서는 노준형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혁신실은 사업지원실과 통합해 그룹 계열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노 사장은 새 조직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노 사장은 1968년생으로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경영지원부문장, 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과 그룹 정보기술(IT)·디지털전환(DT) 사업을 주도했다.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기존 사업의 역량을 높이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2023년부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를 총괄하는 화학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이 사장은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해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이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해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삼성SDI PC사업부장을 거쳤다. 롯데그룹이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2016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 롯데그룹이 28일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왼쪽),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사장.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했으며 주요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축소되는 판매량과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훈기 현 롯데그룹 화학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훈기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과 투자,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다. 호텔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롯데호텔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도 맡아 사업부 사이의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정 부사장은 1991년 롯데알미늄(옛 롯데기공)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롯데그룹의 수익성 중심 경영을 추진했다.
화학 계열사에는 사실상 실적 부진에 대한 경질성 인사가 줄을 이었다.
롯데 화학군 소속 계열사 총 13명의 최고경영자 가운데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을 교체했다.
롯데그룹은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들을 CEO로 인선해 롯데 화학군의 사업 혁신을 선도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 화학군 임원 역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한다.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라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호텔롯데 역시 법인 내 3개 주요 사업부인 호텔사업부와 면세점사업부, 월드사업부 대표이사가 모두 물러난다.
롯데면세점은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새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동하 전무는 1997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로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으로 일하며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김 전무는 유통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롯데면세점의 사업과 조직을 강하게 개혁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권오상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 동안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진 테마파크 전문가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했다.
거취가 주목받았던 부회장단은 모두 유임됐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밖에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도 모두 유임됐다.
이동우 부회장은 앞으로 롯데그룹의 위기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사진)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이자 롯데그룹의 경영을 승계할 인물로 꼽히는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말 실시된 인사에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을 추진했다.
신 부사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가능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수장을 맡으며 경영감각을 익혔다.
롯데그룹은 임원 규모 대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해 임원 22%가 퇴임한다. 그 결과 임원 규모는 지난해말보다 13% 축소됐다. 코로나19에 따른 펜데믹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이다.
롯데그룹은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젊은 인재들을 중용하는 기조를 이어갔다. 1970년대생 최고경영자를 대거 내정한 것이 그 사례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이사, 박경선 롯데엠시시 대표이사 등 1970~1974년생 12명이 새 최고경영자로 전진배치됐다.
60대 이상 임원들도 대거 퇴진했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35%)이 퇴진하며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됐다.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 영입 기조를 올해도 유지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월11일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영입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인천송도국제도시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착공했으며 2027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새 대표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역량을 키우고 의약품 수주 확대를 주도해 롯데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적임자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정기 임원인사 체제를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며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