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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에도 외국인 여전히 싸늘,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헤어질 결심’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4-11-25 1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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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 좀처럼 외국인투자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 반짝 외국인투자자 순매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다시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며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도 외국인 여전히 싸늘,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헤어질 결심’
▲ 자사주 매입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외면하는 가운데 국내 증권가에서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3.39% 상승한 5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83억 원어치(장 마감 기준) 순매도했다. 

지난 주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인증 과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에 올리겠다는 보도가 나왔음에도 외국인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는 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15일 삼성전자가 주가 반전의 카드로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음에도 외국인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는 15일 당일엔 128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앞선 12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멈추는 듯 싶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 반등하기 위해선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AI반도체산업에서 열세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AI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점차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결국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자사주 취득보다 외국인 수급 지배력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AI 경쟁력 열위, 이익 모멘텀 약화에 대한 전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에 쓴소리를 담은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국내 산업과 증시의 ‘기둥’인 만큼 증권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흐름에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와 이별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만 제외하면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도 압력은 크지 않으며 코스피도 양호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허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증시가 크게 주저앉은 때는 8월 글로벌 증시 폭락장과 11월5일 미국 대선 이후의 크게 두 차례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구간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오히려 국내 종목을 순매수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들은 8월 이후 국내증시에서 17조7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45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2조2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530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을 향한 투자심리가 나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를 떠나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는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방산, 운송, 원전 등 기계 및 산업재업종에 대해서는 우호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월 이후와 11월5일 이후 두 구간에서 모두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종목은 네이버, 현대모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보도된 엔비디아의 ‘삼성전자 HBM 인증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놓고도 증권가에서는 큰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일각에선 패스트트랙이 언급됐으나 엔비디아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 요구 수준이 극도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에 품질인증 간소화 같은 타협안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사는 엔비디아가 공급처 다변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코멘트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에도 외국인 여전히 싸늘,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헤어질 결심’
▲ 월가에 이어 국내 증권가에서도 '반도체주 패권 교체론'에 힘을 싣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월가에선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대장주 교체론이 나오고 있었는데 국내 증권가도 점차 이에 동조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미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오르면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를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1개월 상승률과 삼성전자 1개월 외국인 비중 변화의 상관지수는 기존에 0.24에서 올해 0.16으로 감소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존에 0.30에서 0.77로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상대 선호가 지속되며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 동력을 제약할 것”이라며 “미국 반도체주 투심 개선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수급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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