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중국 고객사에 첨단 파운드리 서비스를 중단하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변수로 남아 있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의 첨단 미세공정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 물량을 삼성전자가 수주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의 규제에 자유롭지 않은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정책 변화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1일 “화웨이 반도체 게이트 사건이 큰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며 “중국 고객사들과 TSMC 사이 신뢰 관계에 금이 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TSMC는 이날부터 중국 고객사에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 공급을 중단했다.
최근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에 TSMC 첨단 파운드리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정부 규제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중국 내 다른 반도체 기업을 통해 TSMC에 우회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맡긴 정황도 파악됐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TSMC가 중국에 7나노 이하 공정을 활용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도록 명령했고 TSMC는 즉각 이러한 조치를 시행했다.
디지타임스는 중국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이 결국 삼성전자 또는 SMIC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반도체 수율과 생산 능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대체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크게 밀려 실적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 고객사들의 수주 확보는 값진 기회가 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TSMC를 믿음직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었다”며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중단은 배를 몰던 선장이 탈출한 것과 같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의 기존 중국 고객사 물량을 담당하며 온전한 수혜를 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고객사 반도체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TSMC 첨단 반도체 확보를 계기로 중국에 유입되는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더욱 강도 높은 조사와 대책 마련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자연히 TSMC의 화웨이 반도체 생산과 같은 사례가 삼성전자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엄격한 규제 조치를 논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더구나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다면 대중국 기술 규제 기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도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고객사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도 앞두고 있어 미국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TSMC의 첨단 반도체 거래 중단이 삼성전자에 완전한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TSMC는 트럼프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은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 고객사와 서둘러 관계를 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두고 비슷한 고민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