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첨단 파운드리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나 보조금 축소 등 압박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현장. |
[비즈니스포스트]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만 TSMC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기업에 불리한 산업 정책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에서 무리한 압박을 더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7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의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무역과 산업 정책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뒤 수입관세 인상과 대중국 규제 강화, 법인세 인하 등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바이든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앞세운 반도체 지원 법안에 따른 공장 투자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완전히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인터뷰에서 TSMC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빼앗았다고 주장하며 보조금을 주는 대신 수입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자연히 트럼프 정부 아래 정책적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잠재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시장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정부가 TSMC에 불리한 정책을 앞세우며 무리한 압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에 필수 협력사로 자리잡은 만큼 충분한 협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미국 정부와 동등한 입장에 서기는 어렵겠지만 이전보다 지위가 강화된 만큼 트럼프 정부 정책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방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
TSMC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넘고 독점에 가까운 체계를 갖춰내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낮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TSMC 반도체에 직접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고객사들의 제조 공장은 대부분 중국과 인도에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른 시일에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이후 최대 5개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에서 TSMC에 약속했던 투자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철회한다면 이는 결국 TSMC의 미국 투자 지연이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는 TSMC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미국 공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과 군사무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TSMC의 공장 설립은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국 기업인 인텔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만큼 TSMC에 점차 의존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미국 내 고객사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TSMC와 달리 정책적 불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