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로 지분을 최대 50% 확보하겠다는 외부 투자자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박진영 CCO가 보유한 지분과 개인 자금만으로 경영권을 지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천억 원 규모로 백기사 역할을 해줄 외부 투자자 조기 확보가 관건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 ▲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사진)가 외부 자본의 지분 인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27일 JYP엔터테인먼트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일본계 투자그룹을 표방한 더넥스록그룹과 SVCV가 JYP엔터테인먼트 지분 최대 50%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최대주주 박진영 CCO의 경영권 방어 수단에 관심이 모인다.
더넥스록그룹과 그 산하 문화·연예 사업 회사 SVCV는 26일 JYP엔터테인먼트 지분 25~50%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1월20일 공개매수 개시를 목표로 기준 주가에 30%의 웃돈을 얹어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넥스록그룹이 밝힌 내용을 보면 사실상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확보를 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CCO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로서 6월 말 기준으로 회사 주식 546만25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5.37%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5.82%에 그친다.
실제 공개매수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박 CCO의 경영권은 더넥스록그룹에 넘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실적으로 볼 때 박 CCO가 더넥스록그룹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단은 많지 않아 보인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박 CCO 측이 JYP엔터테인먼트 지분 25% 이상을 확보하려면 1254억 원이 필요하다. 경영권을 완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려면 4671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더넥스록그룹의 공개매수 계획 발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입해야 할 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로 27일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날보다 6.8% 오른 3만8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26일 장 마감 이후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외시장에서는 주가가 16.8% 오른 4만20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진영 CCO가 고려할 수 있는 대응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이른바 '백기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백기사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이나 기존 최대주주를 돕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는 우호적 투자자를 뜻한다.
문제는 다른 기업이 박 CCO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691억 원, 영업이익 64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3%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임도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JYP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660억 원, 영업이익 1322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보다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14.8% 줄어드는 것이다.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내세우기도 어려운 형편으로 전망된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JYP엔터테인먼트 내년 실적의 핵심 동력으로 2018년 3월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8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의 북미와 유럽 투어 확대를 꼽았다. 하지만 스트레이키즈 멤버들이 2027년부터 차례대로 군에 입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적 변동성은 큰 편이라고 동시에 짚었다.
이를 메울 저연차 아티스트 성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김 연구원은 내년 엔믹스와 넥스지, 킥플립 3팀의 공연 매출 합계를 222억 원으로 추정했다. 저연차 아티스트 3개 그룹을 모두 합쳐도 JYP엔터테인먼트 별도 공연 매출의 11.8%에 그친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호소할 방안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외부 투자자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한다면 투자 수익을 우선하는 주주들은 주식을 매각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이번 공개매수 예고가 실제 지분 인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더넥스록그룹은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여러 기업에 대한 인수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구체적 자금조달 구조와 실제 인수 실적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증권 당국에 제출된 관련 자료에는 투자자 수가 0명으로 기재돼 있다. 더넥스록그룹 홈페이지에 게시된 투자자문 문서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과 동일한 문구가 발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더넥스록그룹이 수천억 원 규모의 JYP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를 실행할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왼쪽)가 2025년 10월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JYP엔터테인먼트는 27일 이번 인수 시도를 두고 "언론 보도된 당사 지분 인수와 관련하여 당사는 제안받은 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시했다.
실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외부 우호주주의 참여가 경영권 유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이 구성한 3자 연합에 맞서 델타항공 등 우호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델타항공은 2019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지분율을 14.9%까지 높였다. 조원태 회장 측은 이 같은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기존 경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대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우호주주와 협력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반면 외부 자본의 참여가 기존 창업자의 경영 영향력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는 하이브와 카카오가 지분 인수 경쟁을 벌였다.
당시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를 추진했지만 목표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카카오가 주당 15만 원에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최종적으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분 39.87%를 확보했다.
외부 기업의 자금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경영권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지만 창업자의 영향력 유지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전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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