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신세계프라퍼티에 이어 이마트까지 직접 이끌며 핵심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확대하게 됐다. 계열분리를 앞두고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확대를 직접 주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발표된 202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취임한 데 이어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이마트까지 직접 이끌게 된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김홍극 신임 대표와, 신세계프라퍼티에서는 이형천 대표와 각각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쌍두체제를 공식화했다.
정 회장은 2027년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이마트 대표이사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2013년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14년 만의 이사회 복귀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6월 책임경영을 선언한 이후 처음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경영 복귀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도 새롭게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마트 대표에 김홍극 대표를 발탁한 점이다.
김 대표는 1996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이마트 가전문화담당과 상품본부장 등을 거친 상품기획(MD)·영업 전문가다. 2018년 신세계TV쇼핑 대표를 시작으로 신세계까사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 등을 맡았다.
김 대표가 신세계 쪽에서 이마트 쪽 경영진으로 복귀하는 것은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떠난 이후 약 8년 만이다.
그는 신세계TV쇼핑 대표 재임 당시 흑자 전환을 이끌었으며 2022년부터는 신세계까사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했다. 2024년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까지 겸임하며 경영 범위를 넓혔다.
여러 계열사에서 쌓은 경영 경험과 사업 개선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로 나서는 이마트의 공동 경영 파트너로 김 대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임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동안 별도 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이마트와 SSG닷컴을 한 명의 전문경영인이 함께 맡게 됐다. 상품기획과 매입, 물류 등 이마트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온라인 사업과 연결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본업에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주요 자회사의 수익성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총매출 9조1581억 원, 영업이익 1719억 원을 냈다. 2025년 상반기보다 총매출은 2.7%, 영업이익은 15.4% 증가했다.
반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14조385억 원, 영업이익 135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5.2% 감소했다. SCK컴퍼니(스타벅스 운영사)의 수익성 악화와 SSG닷컴의 적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가 이마트와 SSG닷컴의 사업 운영을 함께 맡으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정 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경영 성과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챙기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가 3월16일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해 진행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사진은(왼쪽부터)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최고경영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
경영전략실은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계열사 간 사업 조정, 재무관리, 인사·감사 등을 담당하며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번 인사에서 인사와 감사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총괄에는 최택원 SSG닷컴 대표가 선임됐다. 홍보와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외협력본부장에는 박승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이 배치됐다. 재무와 경영관리를 맡는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은 유임됐다.
재무관리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인사·감사와 대외협력 부문에 새로운 경영진을 배치해 정 회장의 경영전략 실행력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사업에서도 이번 경영체제 개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은 3월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 국내에 전력용량 25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등 건립 관련 실무를 주관하고 이마트는 AI 기술을 유통사업에 접목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세계그룹은 상품 조달과 물류, 재고·고객관리 등에 AI를 도입해 유통사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회장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모두 맡으면서 AI 인프라 구축과 유통 현장의 기술 도입을 함께 조율할 수 있는 경영체제도 마련됐다.
이번 인사는 계열분리를 앞두고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2024년 10월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뒤 정 회장의 이마트 계열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백화점 계열을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지분과 사업구조 정리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정 회장이 핵심 사업회사의 대표이사까지 직접 맡으며 경영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계열분리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공동으로 보유한 SSG닷컴을 식료품과 라이프스타일 사업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12월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각자의 주력 사업에 맞춰 지분을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직접 나선 만큼 계열분리 이후 독자적인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할 책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정 회장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산업 대전환기에 직접 리더십을 발휘해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판단"이라며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재 발굴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미래 성장 사업에서도 결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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