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철강포럼이 17일 국회에서 주최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철강산업은 전기요금 부담이 이미 급증한 데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부담과 상계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철강업계의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는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여야 29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철강포럼은 17일 국회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 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함께 철강산업의 전력비 부담을 어떤 방식과 재원으로 낮출지를 논의했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전기요금의 인하 폭 자체보다 지원방식의 설계에 맞춰졌다. 한전의 재무부담과 상계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철강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과 기준, 재원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토론 전반을 관통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단순히 우리가 전기 요금을 깎아달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결코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며 “요금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가 아니라 이 산업들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당장 전기 요금을 내리면 누군가는 좋아질 수 있지만 또 결국 그만큼 미래 세대의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또 요금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국과 이렇게 큰 격차가 나고 있는데 전기요금을 우리가 메울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전이 앞서 8월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전국을 전력계통 4개 광역권과 균형성장 4개 권역을 조합한 11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별도의 ‘지역별 조정요금’을 적용하는 구조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수도권 북부는 kWh당 6~10원, 중부권은 10~15원, 남부권은 13~18원가량 요금을 낮춘다.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약 10% 인하하는 것으로 연내 도입이 목표다.
문제는 이 정도의 요금 인하에도 한전에 약 2조8천억~3조 원의 재무 영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천현민 한전 요금전략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저희도 그렇게 여유 있는 재정 상태는 아니지만 균형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별 요금제를 설계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약 2조8천억 원에서 3조 원 정도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원칙적으로 장거리 송전 비용이 큰 수도권은 요금을 올리고 비수도권은 낮추는 것이 맞지만 첨단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고려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한전이 부담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역별 도매가격제가 도입되면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계통한계가격(SMP)이 형성돼 발생하는 전력구입비 절감분 등을 주요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부 재정을 우회적으로 투입해 한전의 부담을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천 처장은 복지할인 재원으로 정부 예산 약 3500억 원을 5년 동안 지원받고 2027년 약 5천억 원을 출자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정부 재정으로 직접 보전할 경우 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인식돼 통상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통상 리스크는 실제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세부 설계를 좌우할 변수로도 떠올랐다.
천 처장은 “철강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상계관세 문제로 통상 이슈가 굉장히 첨예하기 때문에 저희한테도 검토 요소 중 하나”라며 “지역별 조정 요금이 공교롭게도 이번에 다 마이너스로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돼 있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으로 인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 법률 검토를 더 거쳐서 형태를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면 ‘철강’ 업종 자체를 특정해 지원하기보다 전력집약도와 무역집약도 등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지원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과 영국, 폴란드 등에서도 철강산업이 실질적으로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특정 철강기업의 전기요금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전력·무역 집약도 기준을 충족하는 업종이나 사업장을 지원하고 지원기간을 한시적으로 두거나 탈탄소 투자 등 조건과 환수 규정을 결합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원수단으로는 기후환경요금 등 정책비용 감면, 일정 기준을 초과한 전력비 보전, 전기요금에 전가된 간접 탄소비용 보전 등이 제시됐다.
다만 한전이 요금을 덜 받는 방식으로 비용을 떠안도록 하기보다 정부 재정으로 감면액을 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교수는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배출권 경매수입 등 탄소 관련 재원을 활용해 전력다소비 산업의 탈탄소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자체를 면제하거나 경감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거론됐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전력망·전원 개발, 전력산업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의 2.7%를 별도로 부과하는 법정부담금이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철강업체는 전기요금이 커질수록 부담금 납부액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역산업위기대응특별법상 조세·부담금 감면 근거를 활용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면제하거나 경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향후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전환 설비에도 같은 조치를 적용해 저탄소 공정 전환 과정에서 전력사용량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날 토론회에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와 권향엽 민주당 의원 등과 김정재·조은희·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연제 교수와 천현민 처장이 발제했으며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다. 조우신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시장과 서기관,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태현 포항상공회의소 선임팀장,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고려제강·TCC스틸·YK스틸과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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