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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환율 1300원 시대' 달러화 담아볼까, 3년 평균 가격 보고 분할 매수 고려를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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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려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환율 1300원 시대' 달러화 담아볼까, 3년 평균 가격 보고 분할 매수 고려를
▲ 원/달러 환율이 2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환테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나 요즘 달러 조금씩 모으고 있잖아.”

최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다.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어느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7월 초 장중 1559원대까지 올랐지만 그 뒤 가파르게 하락했다. 8월19일 1400원선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9월 들어서는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더 떨어졌다.

두 달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200원 넘게 낮아지면서 약 2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기회에 미국 주식 비중을 늘려볼까, 아니면 달러예금이라도 시작해볼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게 된다. 환율 흐름을 보고 ‘환테크’에 기민하게 나서는 똑똑한 투자자가 돼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환테크를 시작하려니 고민이 많아진다. 지금 달러는 정말 싼 것일까, 환테크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

그래서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을 찾아갔다. 박 지점장은 2001년부터 25년 가까이 프라이빗뱅커(PB)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해온 '베테랑' 자산관리 전문가다.

그에게 물었다. “환율이 1300원대까지 떨어졌는데 지금부터 환테크를 해야 할까요?”

◆ 지금 달러 싼 걸까, ‘최근 3년 평균 환율’ 비교해보자

“현재 환율은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 구간이다.”

박 지점장은 환율의 바닥과 꼭지를 정확히 맞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다.

대신 지금 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지 낮은지를 가늠하고 달러를 조금씩 사거나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은 있다. 최근 3년 평균 환율이다.

현재 환율이 최근 3년 평균보다 낮다면 달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구간으로 보고 달러자산이 부족한 투자자는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3년 평균보다 환율이 높고 이미 달러자산 비중도 많다면 일부를 원화로 바꾸는 등 비중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1300원대 환율은 이 기준으로 보면 달러를 조금씩 분할매수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박 지점장은 바라봤다.

다만 지금부터 달러를 조금씩 사는 것과 현재 환율을 바닥이라고 판단해 목돈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투자라고 경계했다.

박 지점장은 최근 환율이 빠르게 내려온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축소 등 여러 요인을 꼽았다.

특히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성과급, 법인세 납부 등에 필요한 원화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박 지점장은 “원/달러 환율 1300원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환율은 주식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환율은 전망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살까, 더 기다릴까’라는 질문의 답은 분할매수로 귀결된다.

최근 3년 평균보다 환율이 낮아진 만큼 매수를 고려하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나눠 달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매월 일정액을 정해 환전하거나 환율 구간을 미리 정해두고 내려갈 때마다 일정 비율씩 추가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330원대에서 1차, 1300원대에서 2차, 1270원대에서 3차로 나눠 들어가는 식이다.

다만 여기에는 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달러를 왜 사느냐다.

박 지점장은 달러가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고객에게 환차익 목적으로 달러에 투자하라고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며 “초보 투자자라면 먼저 ‘나는 왜 달러를 사려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단기 차익이 목적이라면 환율 움직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노후자금이나 장기 자산배분이 목적이라면 접근법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자산배분 목적의 달러투자는 원화자산에 쏠린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박 지점장은 “원/달러 환율은 통상 코스피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증시 조정 국면에서 달러자산이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해준다”며 “이 경우 환율의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정기적으로 나눠 매수하면서 전체 자산의 10~20% 내외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꾸준히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제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충격이나 경기 수축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도 달러자산은 원화자산의 위험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박 지점장은 “금융자산을 원화로만 가지고 있다면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며 “이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달러”라고 설명했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환율 1300원 시대' 달러화 담아볼까, 3년 평균 가격 보고 분할 매수 고려를
▲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이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 흐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달러예금부터 외화RP까지 선택지 다양, 환전비용과 세금은 꼭 확인해야

1300원대 환율을 달러 매수 기회로 활용해보기로 했다면 다음 질문은 ‘무엇을 살 것인가’다.

개인투자자가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 환전해 보유하는 것부터 달러예금,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양하다.

박 지점장은 개인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은 물론 상품별 위험과 세금, 환전 수수료 등을 함께 살펴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보 투자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품은 달러예금이다. 원화 대신 달러로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달러 자체를 보유하면서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달러예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개인이 외화예금에서 얻은 환차익은 비과세이고 이자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만 중도해지하면 약정금리를 모두 받지 못할 수 있고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자산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박 지점장은 달러예금 금리는 아쉽지만 미국 주식이나 ETF, 펀드 등의 가격 변동성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외화RP가 중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RP는 증권사 등이 일정 기간 뒤 다시 사주는 조건으로 외화표시 채권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는 약정한 수익률에 따라 달러로 수익을 얻는다.

다만 외화RP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원금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상품도 아닌 만큼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의 신용위험 등을 살펴봐야 한다.

환율이 낮아진 만큼 그동안 투자하던, 혹은 매수를 고려하던 달러자산 관련 ETF를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ETF는 소액으로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고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투자한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달러·해외자산형 ETF는 외화예금과 세금 부과방식도 다르다.

국내에 상장된 달러·해외자산형 ETF는 상품에 따라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고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합산해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에 직접 상장된 ETF나 주식은 매매차익에서 연간 250만 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다음해 5월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박 지점장은 “가장 흔한 오해가 ‘달러는 무조건 비과세’라는 인식”이라며 “실제로는 투자방법에 따라 과세방식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이나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ETF를 고를 때는 환헤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ETF 상품명에 ‘H’가 붙어 있으면 환헤지형으로 환율 움직임이 투자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구조다. 반대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노출 상품은 해외자산의 가격 변동뿐 아니라 환율 변화도 원화 기준 수익률에 반영된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는 환노출 상품의 원화 기준 수익률이 환헤지 상품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투자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노출 상품은 해외자산의 투자성과에 환율 상승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다.

달러투자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환전비용이다.

박 지점장은 많은 투자자가 은행 영업점보다 모바일 앱에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 발생하는 ‘재환전 비용’은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환율 1300원 시대' 달러화 담아볼까, 3년 평균 가격 보고 분할 매수 고려를
▲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성과급 지급, 법인세 납부 등에 따른 원화 수요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2027년 3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사진은 국내 한 은행에 보관된 달러 모습. <연합뉴스>

박 지점장은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도 스프레드(살 때·팔 때 가격 차이)가 한 번 더 발생한다”며 “사고팔기를 반복할수록 왕복 비용이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율우대 50%, 60%’ 등의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환율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적용환율을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율 1300원대가 달러의 진짜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1300원선 아래로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달러 가격이 최근 3년 평균보다 낮아진 지금, 내 포트폴리오에 달러자산이 부족했다면 조금씩 채워갈 시점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박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환율이 높든 낮든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1천 달러를 샀다면 환율이 올라 원화로 얼마가 됐는지를 보는 것보다 그 1천 달러를 투자해 1100달러, 1200달러, 나아가 1500달러로 늘려가는 데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결국 달러투자의 출발점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까’보다 ‘내 자산 가운데 달러를 얼마나 가지고 갈 것인가’에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제2의 월급’을 꿈꾸는 초보 투자자를 위한 배당투자 방법에 관해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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