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크 호러(Folk Horror)는 자신들만의 종교나 신념 체계를 믿으며 살아가는 폐쇄적인 마을이 공간적인 배경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사진은 ‘미드소마’의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
[비즈니스포스트] 전설의 포크 호러 대표작 ‘위커맨’(로빈 하디, 1973)이 개봉 53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된 ‘위커맨:파이널 컷’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감독이 직접 재편집한 버전을 리마스터링했다.
1973년 원작은 국내에서 극장 개봉되지 않고 DVD 출시만 됐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작 ‘위커맨’(닐 라부트, 2010)만 국내 개봉된 바 있다. 원작은 50년도 넘은 영화지만 호러 매니아들은 이번 개봉 소식에 열광하고 있다.
호러는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다. 공포를 자아내는 주범도 악령, 귀신, 살인마, 거대 곤충, 귀신 들린 집, 식인 식물 등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포크 호러(Folk Horror)는 자신들만의 종교나 신념 체계를 믿으며 살아가는 폐쇄적인 마을이 공간적인 배경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포크 호러의 효시작은 아서 매컨의 단편소설 ‘위대한 목신’(1890)이 거론되며 영화로는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악령의 밤’(1958)을 꼽곤 한다.
위커맨은 데이비드 피너의 소설 ‘리추얼’(1968)이 원작이다. 고대 켈트 종교인 드루이드교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경찰 하위는 스코틀랜드의 서머아일이라는 섬에서 로완 모리슨이라는 소녀가 실종되었다는 편지를 근거로 수사를 위해 섬으로 들어간다. 서머아일은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자신들만의 규칙과 생활방식이 있다. 하위는 동네에서 유일한 선술집에 임시숙소를 마련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경찰 하위의 눈에 보이는 섬의 모습은 모든 것이 생경하고 기이할 뿐이다. 70년대 영화답게 아방가르드 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에 녹아있다.
위커맨의 뜻은 버드나무 형상의 허수아비로 영화 결말에 하위가 희생되는 종교적 제의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하위의 마지막 행적이 마치 예수의 수난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평가는 안 좋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리메이크 작이 관객들에게는 친숙할 거 같다.
‘미드소마’(아리 에스터, 2020)의 감독은 ‘위커맨’에서 영향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언급했다. ‘미드소마’는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스웨덴에서 열리는 특이한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스웨덴에서 유학 온 친구의 초대를 받아 멀리까지 간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목적과 갈등이 있고 축제 기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미드소마’라는 축제는 매우 원시적이고 잔인한 면이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자연 친화적이라는 의미에 가까운 건 아닐까 돌아보게 한다.
미드소마는 포크 호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문명을 건설하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배척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해 온 게 역사라면 거기서 떨어져 나간 부분이 있을 테고 미드소마는 그걸 되살려 보여준다. 여름밤의 더위를 쫓을 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니 잔인한 장면들이 있다는 점도 알려야 할 거 같다.
한국의 포크 호러 영화들은 어떤 작품이 있을까? 최근 영화로 보면 ‘삼악도’(채기준, 2026) 같은 작품이 해당될 거 같고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끼’(강우석, 2010), ‘김복남 살인 사건’(장철수, 2010), ‘극락도 살인 사건’(김한민, 2007) 등을 들 수 있을 거 같다.
시간을 더 멀리까지 보면, 1980년대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한국 영화들이 아마도 해외에서는 포크 호러로 인식되었을 거 같다. ‘피막’(이두용,1981), ‘태’(하명중, 1986), ‘씨받이’(임권택, 1987) 같은 영화들을 떠올릴 수 있다.
포크 호러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무궁무진해서 다 소개할 수 없을 지경인데 전반적으로 B급 감성이 녹아있다. 그런 걸 좋아한다면 ‘뜨거운 녀석들’(에드가 라이트, 2007) 시리즈도 추천한다. 호불호가 극명한 장르지만 호러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과 금기를 건드리는 매혹적인 세계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