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가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크레딧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따른 시장의 부담을 유럽과 중남미 사업 성과로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 대표는 북미 중심이던 성장축을 유럽과 중남미로 넓히고 있다. 유럽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멕시코 법인을 중심으로 중남미 사업을 안착시켜 실적 성장과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사진)가 사모펀드의 지분 매각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덜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 |
20일 실리콘투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회사 3대주주인 글랜우드크레딧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우려가 나온다.
글랜우드크레딧은 2025년 3월 실리콘투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440만4344주를 4월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글랜우드크레딧은 실리콘투 지분 6.72%를 필요에 따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매각 움직임은 없다. 다만 글랜우드크레딧이 보유한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오버행 우려가 일부 나타나는 모습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랜우드가 보유한 지분을 시장이 오버행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글랜우드크레딧이 보유한 440만여 주는 최근 실리콘투의 거래량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실리콘투의 최근 4주인 6월22일부터 7월16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대체로 50만~80만 주 수준을 나타냈다. 글랜우드크레딧이 보유한 물량은 일평균 거래량의 약 6~8배에 이른다.
지분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지 않더라도 매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실리콘투 주가도 글랜우드크레딧의 보통주가 상장되기 전 4만2천~4만8천 원 수준에서 이후 한때 3만3천~3만7천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적 성장으로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실적과 중장기 성장 전망이 뒷받침되면 향후 글랜우드크레딧의 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시장이 이를 소화할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가 북미에 이어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육성한 유럽 사업의 흐름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는 K뷰티 브랜드를 해외 유통사와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플랫폼 ‘스타일코리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여러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확보해 해외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물류와 판매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는 구조다.
과거 실리콘투의 성장은 북미 시장이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유럽이 핵심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유럽 권역 매출은 2024년 1628억 원에서 2025년 4058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에서 36%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는 유럽 매출 비중이 47%까지 높아졌다. 실리콘투 매출의 절반가량이 유럽에서 발생하면서 유럽은 북미를 보완하는 시장을 넘어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할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에게는 유럽 매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과 함께 빠르게 늘어난 물류·법인 인프라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해외 거점이 늘어나면 고객 접점을 넓히고 배송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임차료와 인건비, 재고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유럽에서 외형 성장뿐 아니라 거점별 물동량과 재고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실리콘투는 유럽 주요 국가를 연결하는 유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 김성운 대표는 시장의 오버행 우려를 완화할 만큼 유럽과 중남미 지역에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실리콘투 광주 물류센터 전경. <실리콘투> |
올해 5월에는 폴란드 물류 거점 확장을 마무리했다. 폴란드는 유럽 중동부 지역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물류 중심지 역할을 맡게 된다.
현지 판매 기반도 넓히고 있다.
실리콘투는 올해 2월 스페인 법인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설립을 결정한 포르투갈 법인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화장품 유통 구조와 소비자 선호가 다른 만큼 현지법인은 국가별 브랜드와 판매 채널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유럽이 현재 실적을 지탱하는 시장이라면 중남미는 실리콘투가 다음 성장단계를 위해 성과를 보여줘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실리콘투의 중남미 권역 매출은 2024년 268억 원에서 2025년 581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유럽과 비교하면 사업 초기 단계에 있다.
김 대표는 중남미시장 확대를 위해 멕시코를 현지 거점으로 점찍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투는 2025년 7월 멕시코 법인을 설립한 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멕시코는 자체 화장품 시장뿐 아니라 인접한 중남미 국가로 유통망을 넓힐 수 있는 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멕시코 법인은 올해 1분기 순손실 4억 원을 기록했다. 현지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발생한 초기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분기부터 멕시코 법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법인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다면 실리콘투는 북미와 유럽에 이어 중남미까지 연결되는 다지역 성장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반대로 중남미 매출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신규 법인 운영비와 물류 인프라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글랜우드는 현재 투자계약이 종료돼 일반 주주인 상태인 만큼 지분 매각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해 회사가 알거나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글랜우드가 관련 규정에 따라 직접 공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