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교육'에 '기업 뿌리 홍보'도, 롯데 오뚜기 아모레퍼시픽이 '창업주 정신' 전파 공들이는 까닭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6-06-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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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창업주 정신은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꺼내 들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 자산이다. 창업주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그 정신을 담아낸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각 기업마다 다르다.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업주 정신을 교육하는 장소로 두는 회사도 있는 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뿌리를 확인하는 창구로 만드는 기업도 있다.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5층에 위치한 신격호기념관. 신격호기념관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과 경영철학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롯데그룹>
28일 유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 신격호기념관, 오뚜기 함태호홀, 아모레퍼시픽 장원기념관, 웅진역사관 문봉관 등 창업주 기념공간의 일반 대중 개방 방식은 기업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된다.
창업주 기념공간은 단순한 사내 전시공간을 넘어 기업 정체성과 브랜드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내부 임직원 교육, 일반 대중 홍보, 연구 목적 활용,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목적에 따라 개방 범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5층에 마련된 롯데 신격호기념관은 현재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방문하거나 신청해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신격호기념관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과 경영철학을 임직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뒤 한국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며 롯데그룹의 기틀을 만든 인물이다. 신 명예회장은 식품에서 유통, 관광, 화학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롯데를 국내 대표 소비재·유통그룹으로 키웠다.
개관 초기인 2021년 말 당시에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일반 대중에도 개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일반 관람 프로그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식 관람 프로그램이나 개방 일정을 제공할 계획도 없는 상태다.
현재 운영 역시 외부 홍보나 일반 관람보다 내부 임직원의 교육과 사기 진작에 무게가 실려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신격호기념관을 롯데 인재개발원처럼 임직원들이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공부하고 기업사를 경험하는 장소로 여기고 있다.
오뚜기 함태호홀은 아직 일반 대중에게 정식 개방되지 않았지만 롯데와는 운영 방향이 다르다.
▲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오뚜기 안양공장 내 함태호홀 전경. 함태호홀은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사를 담은 공간이다. <오뚜기>
함태호홀은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을 기리는 공간이다. 함 명예회장은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을 세우고 국내 식품시장에 카레, 스프, 케첩 등 가공식품을 확산시킨 인물로 꼽힌다. 즉석카레와 조미식품을 앞세워 가정간편식이 낯설던 시기 국내 식탁의 변화를 이끈 창업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뚜기는 함태호홀의 일반 대중 정식 개관 목표를 2028년 1월로 잡고 있다. 함태호홀 자체는 완성됐지만 안양공장 일대 건설과 스마트팩토리 조성 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미개방' 상태라도 이유는 다르다. 롯데 신격호기념관은 개관 초기 언급됐던 일반 개방 계획이 현재 내부 이용 중심 운영으로 바뀐 사례에 가깝고 오뚜기 함태호홀은 공장과 전시공간 조성이 끝나기 전 단계적 운영을 거치는 성격이 강하다.
오뚜기는 정식 개관 이후 일반 대중도 사전예약을 통해 함태호홀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태호홀은 올해에는 내부 약 3천 명 직원을 대상으로 창립자의 경영철학을 접할 수 있는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테스트 차원에서 일반인도 일부 관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사례는 창업주 기념공간을 일반 전시공간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사와 창업주 서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면서도 연구·아카이브(기록) 성격이 함께 있을 경우 방문 목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개방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장원기념관. 장원기념관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 선대회장의 호인 '장원'을 따 조성한 기념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
장원기념관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 선대회장의 호인 '장원'을 딴 공간이다. 서 선대회장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장원기념관은 그의 기업가 정신과 아모레퍼시픽의 기업사를 함께 보여주는 장소다. 화장품을 산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방문판매, 브랜드 확장에 힘을 쏟은 창업주로도 알려져 있다.
아모레퍼시픽 장원기념관은 일반 관람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방문 목적에 따라 승인이 제한될 수 있다.
단순 관람을 막는 취지라기보다 운영 목적에 맞지 않는 방문을 걸러내기 위한 절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장원기념관은 누구나 일반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며 "다만 장원기념관 운영 목적과 무관한 방문 요청의 경우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기념관은 아모레퍼시픽의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전시물과 사진, 영상 자료 등을 구성한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업 헤리티지와 장원의 여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방문객에게도 열려 있지만 운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 방문 승인 절차를 신중하게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장원기념관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설립 이후 학술연구재단으로 운영돼 왔고 관련 연구자와 유관 관계자의 방문 사례가 많다"며 "안내된 승인 기준은 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진 방문객에게 우선적으로 안내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말했다.
웅진역사관 문봉관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공개형 사례에 가깝다.
▲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웅진역사관 문봉관. 문봉관은 웅진그룹 창업주 윤석금 회장의 호인 '문봉'을 딴 공간으로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웅진의 기업사를 소개한다. <웅진씽크빅>
문봉관은 웅진그룹 창업주 윤석금 회장의 호인 '문봉'을 딴 공간이다. 웅진은 교육출판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진로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있다. 윤 회장은 출판·교육사업에서 출발해 생활가전과 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웅진그룹을 키운 창업주다.
웅진은 '기업가의 경영철학'을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교육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웅진은 창업주 기념공간의 외부 공개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담으로 꼽히는 보안과 전시물 관리 문제를 예약제와 도슨트 운영으로 풀고 있다. 사옥 안 공간을 완전히 자유 개방하지 않더라도 관리 인력을 붙인 프로그램 형태로 외부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와 차이가 있다.
웅진역사관은 웅진씽크빅 사옥 안에 있어 시설 관리와 보안이 필요한 공간이다. 웅진은 담당팀과 도슨트가 관람객 동선을 관리하고 단체 방문 때는 관리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공개와 관리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웅진 관계자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고 단순히 가서 구경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 도슨트가 공간을 돌며 물건이나 글귀를 설명하는 방식"이라며 "사전예약제와 도슨트 운영을 통해 보안과 전시물 관리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