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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시리AI 흥행 여부 메모리 확보에 달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가격 협상력 더 커져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6-06-10 15: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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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시리AI 흥행 여부 메모리 확보에 달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가격 협상력 더 커져
▲ 팀 쿡 애플 CEO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본사 애플파크에서 연 연례 개발자 회의 WWD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아이폰용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의 흥행 여부가 고용량 D램 확보에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더 커질 공산이 커졌다.

더구나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결정력 우위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AI 전략의 최대 변수는 D램, AI 기능 확대할수록 메모리 의존도 커져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날 새로운 시리 출시를 발표한 애플에게 앞으로 메모리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시리를 데이터센터가 아닌 전자기기 기반으로 작동시키려면 상당한 메모리 연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스마트폰 기기 안에서 바로 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를 원칙으로 시리를 제공한다. 

추가 연산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정보만을 데이터센터 서버로 전송해 메모리를 비롯한 기기 자체의 성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애플이 시리AI 기능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마트폰 메모리 용량을 12㎇라고 꼽았다.
 
현재 아이폰 제품군에서 고급형에 속하는 17프로와 아이폰에어만 12㎇ 용량의 D램 메모리를 갖췄고 다른 제품은 그 이하의 메모리만 탑재했다. 

향후 새로운 시리 서비스가 본격화 할수록 12㎇ 메모리를 탑재한 기기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서버용 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시장에 메모리반도체 품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애플도 영향권에 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지금까지 메모리 재고를 활용해서 품귀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갖춘 애플이라도 최신 AI 기술을 더 많은 사용자에게 보급하려면 메모리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애플 시리AI 흥행 여부 메모리 확보에 달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가격 협상력 더 커져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분기별 판매량 그래프. <그래픽 챗GPT로 제작>
◆ AI 서버발 메모리 품귀 확산,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격 협상력 강화

이런 상황은 애플에 모바일용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격 협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세계 스마트폰 판매 선두를 다투는 애플이 시리를 지원할 스마트폰 공급을 본격적으로 늘리면 메모리 수요도 따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2억4060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30일에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존 재고로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을 일부 상쇄했지만 앞으로는 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플조차 메모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또한 데이터센터용 AI 서버에 들어갈 물량이 급증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은 더욱 부족해질 공산이 크다.

반도체 제조사가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IT제품에 들어갈 범용 모바일 D램 공급 여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메모리 부족은 스마트폰 제조사 전반의 원가 부담을 확대시키고 있다.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부족 영향으로 출하량이 13.9% 역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애플 시리AI 흥행 여부 메모리 확보에 달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가격 협상력 더 커져
서울의 한 대형마트 내 가전 매장에서 1일 손님들이 스마트폰을 구경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전자기기가 비싸졌다는 홍보 문구가 보인다. <연합뉴스>
◆ 인공지능 서비스 고도화로 메모리 공급과잉 우려 씻을지 주목

세계 메모리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경쟁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설비 투자를 늘려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기자단에 “앞으로 5년 안에 SK하이닉스의 전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또한 경기 평택 사업장에 신규 D램 생산라인을 짓고 추가 공장을 건설하는 일정을 앞당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반도체 설비 특성상 증설에 최소 2~3년이 걸리는 반면 수요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메모리 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수요는 빠르게 오르내리지만 공급은 대응이 느려 과잉 공급과 급격한 가격 변동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사의 메모리 추가 수요가 증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를 증설하고 공급을 늘려도 시장에서 물량이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 

애플은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서 오픈AI나 구글 등에 열세를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번에 시리를 개편한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경쟁사에 뒤처져 있는 인공지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고 평가했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단단히 힘을 준 시리 보급을 확대하려면 스마트폰 성능을 꾸준히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결국 애플이 시리를 더 많은 스마트폰에서 작동시키기 위해 메모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에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중심에는 하드웨어가 있다”며 “AI 성능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작업도 기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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