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플랫폼 고도화를 앞세워 퇴직연금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까지 부동의 1위였던 퇴직연금 적립금 선두 자리를 은행권에 내줬다. 이에
홍원학 사장은 퇴직연금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들어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의 투자 편의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시스템을 고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퇴직연금 ETF 투자 시스템 개편을 마쳤다고 밝혔다.
원하는 주기와 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ETF를 분할매수 할 수 있는 'ETF모으기', 여러 ETF를 한꺼번에 거래할 수 있는 'ETF일괄매매' 기능 등이 새로 추가됐다.
삼성생명은 이번 시스템 개편을 발표하며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상품군을 강화해 고객이 장기적 관점에서 은퇴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시장 변화 속에서 삼성생명의 경쟁력이 약해진 점이 이번 시스템 개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뒤 약 20년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기준 공고한 금융권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올해 1분기 DC형과 IRP의 약진 탓에 신한은행에 선두를 빼앗겼다.
증시 활황과 함께 투자 수요가 늘면서 퇴직연금 시장 중심축이 확정급여형(DB)보다 적극적 운용이 가능한 DC와 IRP로 이동한 것이다.
증권사와 은행은 DC·IRP 시장 확대에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6년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4조7391억 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앞섰다.
삼성생명도 기존 DB 중심 퇴직연금 상품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확대된 DC·IRP 수요에 맞춰 ETF 투자상품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 구성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1분기 공시 기준 신한은행은 DB형 18조 원, DC형 15조8천억 원, IRP 20조8천억 원으로 분산돼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53조5천억 원 가운데 DB형이 40조6천억 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DC형과 IRP는 각각 8조7천억 원, 4조 원 수준으로 개인 선택이 활발한 DC·IRP 비중이 크게 낮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경쟁력을 평가할 때 계열사 물량 비중도 함께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공시한 2026년 1분기 퇴직연금 운용현황을 보면 전체 적립금 53조5천억 원 가운데 자기계열사 적립금이 27조3천억 원으로 약 51%를 차지한다. 특히 DB형에서는 자기계열사(25조7960억 원) 비중이 외부 가입자(14조8083억 원)를 웃돌았다.
퇴직연금 가운데 DB형은 가입자 개인보다 사업주의 의사결정 영향이 큰 구조로 여겨진다. 이에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등이 삼성생명 적립금 규모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26년 1분기 다른 대형 생명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면 한화생명 자기계열사 비중은 약 18%, 교보생명은 2% 수준에 그친다.
삼성생명은 디폴트옵션 수익률 제고, 모바일 퇴직연금 서비스 개선 등으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리금 단순 보장보다 투자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퇴직연금 ETF 서비스를 개선하고 펀드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시장 수요에 맞춘 움직임을 이어갈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방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가 적극적 운용에 따른 높은 수익률로, 시중은행이 넓은 영업망을 활용한 기업고객 확보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5년 연평균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률은 약 24%, 신한은행의 최근 5년 연평균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률은 약 15%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산정한 삼성생명 최근 5년 연평균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률은 약 9%다. 자금 운용 규모 차이를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최근 퇴직연금 시장 성장의 중심이 증권사와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기능을 개선하는 등 고객 수요에 맞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 |
퇴직연금은 장기 고객 확보와 자산관리(WM) 사업 확대의 핵심 기반인 만큼 삼성생명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홍원학 사장은 2026년 1월2일 신년사에서 “보험을 넘어 고객 일상이 연결되는 생태계인 ‘라이프케어 복합금융 플랫폼’이 미래 삼성생명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후자산 관리의 핵심 영역인 퇴직연금에서 은행에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은
홍원학 사장이 추진하는 라이프케어 복합금융 플랫폼 전략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영역으로 여겨진다.
이에 외부 고객 기반 확대와 개인 가입자 중심의 DC·IRP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홍원학 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앞으로도 ETF 투자 기능 개선과 상품군 확대 등을 통해 DC·IRP 고객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DB와 DC·IRP 등 각 시장 특성에 맞춰 가입자에게 실질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다양한 고객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