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기업금융(IB) 명가 재건에 전방위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자본시장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이 ‘헤리티지’를 앞세워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
임 회장은 '생산적금융'에 이어 ‘헤리티지’를 앞세우고 '전북금융중심지' 조성에 힘을 싣는 등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며 자본시장 역량 확대도 노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전북혁신도시 자본시장 거점 구축을 확정한 가운데 우리금융은 신한금융과 함께 가장 큰 규모의 인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각각 약 300명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KB금융(약 250명)과 하나금융(약 15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 규모가 가장 작음에도 최다 인력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전북혁신도시에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속속 모여드는 흐름 속에서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데 특히 증권과 보험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투자증권은 2024년 8월 출범해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자산운용도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과 비교해 자산, 순이익 규모 등이 월등히 작다.
보험산업은 고객의 대규모 장기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주요한 축으로 여겨지는데 우리금융은 지난해 막 동양·ABL생명 인수를 마친 상태다.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전북 지역에 이미 단단한 기반을 구축해 온 점은 임 회장의 전북혁신도시 사업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으로 주식자산 수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미 200여 명 규모의 인력을 전북혁신도시에 상주시키고 있다. 2014년부터 4차례 연속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으로 재선정된 점도 전북지역 내 우리은행의 단단한 입지를 뒷받침한다.
임 회장이 전북혁신도시 사업에 힘을 주는 점은 그룹 전반의 기업금융 역량를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했고 2기를 시작한 올해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생산적금융은 기업금융 명가인 우리금융이 가장 자신 있게,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기업의 성장 단계 전반을 폭넓게 지원하며 생산적 금융을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는 핵심 강점으로 삼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 명가’로 평가됐으나 2010년대 들어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매각하는 등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역량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부터 우리은행의 오랜 역사를 강조하는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 역시 기업금융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천일은행'이다. 대한천일은행은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 자본의 공세가 거세지던 시기 국내 상인들이 고종 황제의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외국 자본에 대응해 국내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발한 만큼 시작부터 상업은행이 본질인 셈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은행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약 40%를 거래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과 LG, 한화, 포스코, 두산 등 주요 그룹과 기업들의 주채권은행도 맡고 있다.
우리금융의 헤리티지 마케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 임 회장은 그룹의 역사적 가치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김선태의 우리은행 광고 영상 캡쳐. |
우리은행은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의 첫 광고주로 화제를 모았는데 영상은 도입부부터 설립자 고종 황제 이야기를 담아 그룹의 뿌리를 알린다.
최근에는 10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15곳 점포를 ‘100년 점포’로 지정해 현판과 조형물을 설치하고 ‘헤리티지 디자인’을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에는 새 정부 금융정책 기조에 맞춰 생산적금융의 구체적 전략을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하며 아젠다를 선점하기도 했다.
생산적금융은 금융권 자금이 이자 장사에 그치기 쉬운 부동산 등 담보대출에 머물지 않고 첨단전략산업, 벤처창업시장 등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흘러가게 유도하는 정책이다.
결국 금융권 자금을 기업과 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업금융 역량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은 조선시대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에서 출발해 독보적 역사적 가치를 이어온 금융그룹”이라며 “기업금융이라는 전통적 강점을 바탕으로 올해 생산적 금융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