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 조달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월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해 잠수함 모형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독일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경쟁이 막판 방산업체를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애초 잠수함 수주를 대가로 한국과 독일에 현지 자동차 공장 건설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한국에서는 기술 시너지를 위해 주요 방산업체가 가세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5일 비영리단체 인베스티게이티브 저널리즘파운데이션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캐나다 당국에 로비 활동을 하겠다고 최근 등록했다.
LIG넥스원은 미국 컨설팅업체를 고용해 캐나다 연방정부 아래 22개 기관을 대상으로 음파탐지기(소나)와 어뢰 등 잠수함 장비 조달 로비를 진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국 정부는 캐나다와 2월25일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협정을 맺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의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했는데 여기에 주요 방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LIG넥스원이 가세한 것이다.
LIG넥스원이 캐나다 정부에 로비를 하려는 배경으로 한화오션의 잠수함 사업 수주 입찰이 꼽힌다.
인베스티게이티브 저널리즘파운데이션은 “LIG넥스원을 비롯한 한국 기업이 캐나다 정부와의 계약 수주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컨소시엄과 잠수함 수주 경합중인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또한 캐나다 방산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수주 결정 막판까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TKMS는 4일(현지시각) 캐나다 방산 설루션 업체 CAE와 잠수함 지원 활동을 위한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을 체결했다.
TKMS의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최고경영자(CEO)는 “훈련은 현대 해군력의 작전 효율성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CAE와 계약을 통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에 훈련 설루션을 제공하는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캐나다 정부는 12척의 잠수함을 새로 도입하는 사업(CPSP)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원화 기준 최대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경쟁사 독일 TKMS은 마감 시한인 지난 2일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현지매체 CTV뉴스는 캐나다 정부가 연방의회 휴회 전 시점인 6월까지 사업자를 발표할 거라고 보는데 방산업체를 중심으로 막판 경쟁이 격화된 상황으로 읽힌다.
당초 캐나다는 잠수함 프로젝트를 연결고리로 독일과 한국 자동차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로 스텔란티스와 GM 등 완성차 업체가 캐나다에서 자동차 생산을 줄여 고용과 경기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주전에 참여한 국가에 기술 이전이나 공장 건설 등 대가를 받는 절충교역 형식이지만 한국과 독일은 최종 입찰서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LIG넥스원을 비롯한 방산 기업 협력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 모양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캐나다는 잠수함 발주를 계기로 미국 정부에 안보 의존을 낮추고 제조 강국인 한국과 독일에 방산을 비롯한 산업 협력 강화를 노린다”고 분석했다.
| ▲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CEO가 4일 캐나다 방산업체 CAE와 협력 계약을 맺고 매튜 브룸버그 CEO와 악수하고 있다. < TKMS > |
캐나다 정부가 방산 예산을 키운다는 점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따라 캐나다와 방산 협력을 하는 기업에 수혜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요소다.
컨소시엄이 캐나다에 제시한 잠수함은 국산화 장비 비중이 80%인 ‘장보고-Ⅲ 배치(Batch)-Ⅱ’라 공급망에 합류한 기업에도 일감이 돌아갈 수 있다.
캐나다는 최근 발표한 국방산업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국방비에 800억 캐나다 달러(약 85조8천억 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보다 국방비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와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도 잠수함 수주전에 따라 방산협력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현지 업체와 협력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잠수함용 배터리나 엔진 개발 관련 기업들도 캐나다와 방산 협력 대상 물망에 오르내린다.
독일 정부도 잠수함 수주 입찰 시점을 전후해 20여 곳의 기업과 사절단을 꾸려 캐나다를 방문했다.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에 따르면 슈테판 루엔호프 정무차관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은 1~4일 토론토에서 열린 공급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를 찾았다.
사절단에는 잠수함 수주전에 참여한 TKMS는 물론 잠수함용 배터리(파워코)와 광물(아우루비스) 및 에너지(SEFE) 등이 이름을 올렸다.
TKMS는 독일과 캐나다 모두 안보 협력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 무기 체계 호환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데 잠수함 공급망 기업들이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결국 캐나다가 한국과 독일 가운데 누구에게 잠수함 사업을 맡길지 결정에 방산 협력 업체가 열쇠를 쥐게 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이번 잠수함 수주전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캐나다 해군의 수중 작전 능력과 북극 전략 및 산업 동맹 관계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