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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1조 자사주' 처리에 쏠리는 눈, 노준형·고정욱 재무구조 상황에 셈법 복잡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6-02-27 14: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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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노준형·고정욱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1조 원 규모 자사주’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자기주식 신규 취득 이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명문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됐다. 이 법은 각 법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도 적용되는데 최대 1년6개월이 소각 시한이다.
 
롯데지주 '1조 자사주' 처리에 쏠리는 눈, 노준형·고정욱 재무구조 상황에 셈법 복잡
▲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뼈대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롯데지주는 27일까지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사진은 노준형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왼쪽)과 고정욱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자칫하면 정부의 취지에 맞서는 모양새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소각하기에는 롯데그룹의 재무구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27일 롯데그룹 동향을 살펴보면 롯데지주는 아직까지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는 25일 자사주 소각을 뼈대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보유·처분할 경우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부여 목적은 별도 정관 변경이나 신설 없이 보유할 수 있지만 투자 목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활용하려면 정관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보유할 수 있게 길을 터 주겠다는 뜻이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자사주 규모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롯데그룹이 2017~2018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롯데지주의 자사주 비중은 32.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6월 롯데물산에 524만5천 주(약 5%, 1448억 원 규모)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27.5%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 기준으로 약 1조 원 규모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롯데지주의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안의 취지대로 롯데지주가 움직일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재무 여력이다.

롯데그룹은 2024년 말 롯데케미칼 회사채 재무특약 위반과 롯데건설 PF 부실 우려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그룹 차원의 대응으로 일단락됐지만 재무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롯데지주가 2025년 9월 말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38억 원 수준이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1조 원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결정은 부담이 크다. 계열사 관련 자금 소요가 이어지면서 지주사의 재무 부담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월 리포트에서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등 자회사 실적 악화에 따른 배당수익 감소와 고금리 및 차입 확대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상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상법 개정 취지에 맞춰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은 가장 명확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고정욱 사장은 2025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규 취득 자사주는 빠른 시일 내 소각하는 것이 맞고 기존 자사주도 취득 경위를 검토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크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당면한 재무 부담뿐 아니라 신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표적 사례는 롯데바이오로직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이 육성하고 있는 새 성장동력 가운데 바이오 분야를 맡고 있는 회사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2030년까지 4조6천억 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36만 리터 규모의 메가플랜트 3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한 축이 바로 롯데지주지만 홀로 투자를 지탱하기는 현실저 힘들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12월 실시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는 대신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참여했던 것은 롯데지주의 재무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주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려면 자사주와 같은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있어야 할 필요성도 충분하다.

신동빈 회장이 2025년 말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에 3년 만에 부활시킨 투톱 노준형 사장과 고정욱 사장의 셈법이 꽤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지주 '1조 자사주' 처리에 쏠리는 눈, 노준형·고정욱 재무구조 상황에 셈법 복잡
▲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1년6개월 안에 처분을 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타워 모습.

노준형 사장과 고정욱 사장은 각각 전략·경영혁신과 재무 분야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중장기 전략뿐 아니라 재무적 지속 가능성까지 동시에 따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각자대표가 아닌 공동대표로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처리와 관련해 롯데지주의 단기, 중기, 장기 전략을 모두 검토해 대응하는데 당분간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보다 일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 역시 정관 개정을 전제로 투자 목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일부 기업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자사주 보유 이유를 명시하는 방식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만 받는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를 거스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방향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최대 1년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시장 반응과 주주 여론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관망’ 전략도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부를 우선 소각해 개정 취지에 부응하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나머지 보유 물량은 내년 주주총회까지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뉴스레터에서 “이번 상법개정안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이 먼저 부여되고 이 6개월이 경과된 이후 1년 안에 소각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시행이로부터 최대 1년6개월 안에 소각 여부와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고자 하면 2027년 정기 주총에서 일괄 상정하는 방식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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