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의 북미 매출 비중은 70%, 바커노이슨의 유럽 매출 비중은 80% 수준으로 지역 포트폴리오가 뚜렷하게 갈린다.
두산밥캣 입장에서는 매출 대부분이 북미에 집중된 구조를 바커노이슨 인수를 바탕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선택지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인수 추진을 철회하게 됐다.
두산밥캣이 재무적으로 인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바커노이슨의 현재 시가총액은 14억 유로(약 2조4000억 원)다. 여기에 25%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과 통상 시세보다 높은 공개매수 가격 등을 감안하면 두산밥캣이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억700만 달러(약 2조653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고 부채비율도 74.5%로 추가 차입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인수에 나설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은 2024년 말 두산밥캣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주주환원율 40%’ 달성을 제시한 만큼 재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컸다.
▲ 두산밥캣은 2024년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주주환원율 40%’ 달성을 제시한 만큼 재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사진은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5년 2월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두산밥캣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두산밥캣>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두산밥캣은 각 분기말일을 기준일로 주당 배당금을 400원씩 지급했다. 2025년 4분기 결산배당금도 주당 최소 400원으로 결정됐으며 주주환원율과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별도로 2025년 상반기에는 특별 주주환원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완료했다.
최근 북미 시장 수요가 확대되면서 외형 성장에 대한 부담이 일부 완화된 점도 박 부회장의 인수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수요가 전력망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어 건설기계 수요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 지역의 제조업 및 인프라 투자가 견조한 상황으로 올해 북미 건설기계 시장은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공급망 측면에서도 관세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크다.
두산밥캣은 매출 대부분이 북미에서 발생하지만 엔진을 비롯한 핵심 부품을 유럽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대상 제품은 상호관세 면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박 부회장은 멕시코 공장 신규 설립을 결정할 당시 “새로운 거점 구축으로 인한 생산 역량 확대는 추가적인 장기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두산밥캣은 이번 결정이 인수합병(M&A) 전략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기계 산업은 통상적으로 성숙산업인 만큼 인수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인베스터데이에서 “인수합병(M&A)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최근 5년 동안 잔디깎이(모어), 지게차 등 인접 사업분야 업체를 인수해 연평균 매출 15%, 영업이익은 18%씩 늘어나는 고성장을 이뤘다”며 “이 같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에 혁신을 더하고 M&A 등 비유기적 성장도 함께 추진해 2030년에는 연평균 11% 성장한 매출액 120억 달러(16조 원)를 달성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M&A로 외형 성장을 달성한다는 전략적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성장과 환원, 재무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기술 혁신 가속화를 통해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