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텍사스주 포트아서에 위치한 골든패스 LNG 설비. 카타르에너지와 엑손모빌은 연간 1800만 톤 규모의 LNG를 수출하는 골든패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2029년까지 공급 과잉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래스카 사업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수출 프로젝트를 치적으로 내세우며 한국의 대미 투자금을 투입하라고 압박하는데 공급 상황이 과잉이 이어지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22일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최소 3500만 톤 규모의 신규 LNG 설비가 가동을 시작해 2029년까지 공급 우위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과잉을 예상한 일부 업체에서는 LNG 설비 투자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도 나타난다.
에너지 기업 쉘과 일본 미쓰비시는 400억 캐나다달러(약 42조5300억 원) 규모의 캐나다 LNG 터미널 프로젝트 지분 매도를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또한 지난 15일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이 수요가 물리는 겨울 난방철인데도 공급 과잉으로 2024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LNG 설비 소유자는 신규 생산이 늘면서 퍼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전력 확보를 위해 LNG 발전을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달리 간헐성이 없고 원자력보다 빠르게 설비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는 출범 첫날인 지난해 1월20일 전임 정부에서 환경을 고려해 시행했던 신규 LNG 터미널 프로젝트 허가 중단을 철회했다.
미 의회도 LNG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LNG 공급 과잉이 심화할 공산이 크다.
에너지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2025년 11월20일 LNG 수출 승인 권한을 에너지부에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이 남았다.
법안을 발의한 어거스트 플루거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은 “LNG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걸 목표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에서 지배력을 넓히려는 전략에 따른 것인데 알래스카 LNG 사업 역시 이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이 지역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통해 남쪽 부동항까지 약 1300㎞를 옮긴 후 아시아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가스전 사업 시행사인 미국 글렌파른은 2030년께부터 아시아 지역에 연 2천만 톤 규모의 LNG 수출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 시점 목전까지 공급 과잉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점은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 압박을 받는 한국이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개발 사업에 자금을 투자해도 낮은 사업성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 및 일본과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 확보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 관세 협정에 따라 3500억 달러(약 514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가운데 조선업에 배당하기로 한 금액을 제한 나머지 2천억 달러(약 294조 원)는 아직 사용처를 정하지 않았다.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추천하는 구조만 양국은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놔 한국으로서는 대미 투자금을 미국의 요구대로 알래스카 LNG 사업에 지원할지를 놓고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조건을 걸었다. 공급 과잉에도 판매처가 있어 알라스카 사업을 추진할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자신의 정책을 끌고갈 의지를 내보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급 과잉 상황임에도 알래스카 LNG 수출 사업을 밀어 붙이면서 참여를 요구받는 한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보텍사는 로이터를 통해 “추가 공급으로 아시아 LNG 가격이 하락해 미국의 LNG 수출 마진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