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1-08 15: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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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1월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마트>
[비즈니스포스트]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신세계푸드 자진 상장폐지를 계획대로 추진한다.
공개매수로 자진 상장폐지에 필요한 지분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상법이 허용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방식으로 절차를 매듭지으려는 것이다.
물론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 가격을 비판하고 급식사업부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 등을 제기해왔다. 앞으로는 이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자진 상장폐지를 놓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
이마트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특별결의를 처리할 수 있는 70% 이상 의결권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별도의 2차 공개매수 없이 예정대로 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함과 동시에 향후 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주주와의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5일까지 신세계푸드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율을 기존 55.47%에서 66.45%로 높였다. 최대주주인 이마트와 특수관계자를 합산한 지분율도 62.12%에서 73.1%로 높아졌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공개매수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2차 공개매수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려면 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하고 공개매수 기간을 정하는 등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한 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의 전부를 넘겨받고 그 대가로 모회사의 신주(또는 현금)를 발행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상 신세계푸드 주식 대신 이마트 주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상법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수 있다. 공개매수 가격을 놓고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와 관련해 잡음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보다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미 신세계푸드 소액주주들은 이마트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에 참여한 한 주주는 “신세계푸드는 부채가 거의 없고 매출 1조 원을 상회하는 우량 기업”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와 헐값으로 상장폐지를 강행하는 것은 ‘신세계’와 ‘이마트’라는 브랜드 신뢰도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세계푸드 소액주주들은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선 상태이기도 하다. 8일 오후 3시 기준 소액주주 연대는 이미 지분율 4.25%를 결집하며 상법상 주주 제안 등이 가능한 법적 요건을 넘어섰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추진될 경우 주식 매수가격을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소액주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사실상 주식매수청구권이 유일하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가 제시한 교환 가격이 아닌 법원이 산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세법상 소액주주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주식교환에 응하거나 현금 대가를 받는 방식은 장외거래로 분류돼 양도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신세계푸드가 한화그룹에 매각한 급식사업부 매각 대금 등 자산 가치가 반영된 공정가치를 법원을 통해 다시 산정받고 세금 부담 없이 투자 회수를 시도하는 전략으로 이마트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채양 사장이 이런 부담을 안고 신세계푸드의 상장폐지를 서둘러 마물리하려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다.
한 사장은 2023년 이마트가 사상 처음으로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한 사장은 취임 이후 불필요한 비용 절감과 자본 효율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트레이더스 간 통합 매입 체제를 구축해 원가 절감과 수익성 회복에도 주력해 왔다.
이 같은 경영 행보를 고려할 때 신세계푸드 상장폐지는 단순 계열사 정리를 넘어 지배구조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사장은 적지 않은 논란도 겪고 있다.
애초 신세계푸드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 참여율이 29%로 낮았던 핵심 배경에는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 이마트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신세계푸드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이마트는 공개 매수 가격을 4만8120원으로 제시하며 직전 종가 대비 약 2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강조했지만 해당 가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9배로 장부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 헐값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내 소비재 기업들의 PBR이 대체로 0.8~1.5배 수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 근거로 사용된다.
신세계푸드의 급식사업부 매각 대금이 소액주주 권리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8월 단체급식 사업부를 아워홈 계열사 고메드갤러리아에 약 1200억 원에 양도했다.
당시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프랜차이즈·식자재 유통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판다고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검증된 사업부를 매각해 단기 유동성을 확대한 조치로 읽는 시선도 있다.
이 논란은 확보된 자금의 사용처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해당 자금이 재투자나 주주환원보다 모회사 이마트의 상장폐지 추진과 지분 확대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우량 자산 매각으로 마련된 현금이 소액주주 축출에 쓰이게 됐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마트가 신세계푸드의 자산을 바탕으로 다시 신세계푸드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채양 사장의 의사결정을 둘러싼 거버넌스 논란도 일부 불거지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번 신세계푸드의 상장폐지는 과거 신세계건설 사례와 닮은 점도 많다.
이마트는 지난해 2월 신세계건설 지분 90%대 보유 상태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해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당시 저 PBR 구간에서 지분을 회수하며 ‘부실 사업 정리’와 ‘그룹 통제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