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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스타트업] 피카디 대표 정원모 "AI 숏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구조를 바꾼다"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5-12-3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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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초격차 스타트업] 피카디 대표 정원모 "AI 숏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구조를 바꾼다"
▲ 정원모 피카디 대표. <피카디>
[비즈니스포스트] 정원모 피카디 대표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은 학창 시절부터 싹텄다.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학부 수석으로 입학한 정 대표는 아이폰이 처음 등장하던 순간, “이 작은 기계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직감을 느꼈다고 한다. 직접 코딩을 배워 한의학 정보를 정리한 앱을 만들었고,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다. 

그때 처음으로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감정을 선명하게 경험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관심은 점차 확신으로 커졌고, 그는 고려대학교 뇌공학과로 진학해 머신러닝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이후 다시 한의학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두 분야를 모두 탐구했다.

그는 의료 AI 스타트업 뷰노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보다 실제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체감했다.

“논문은 소수의 학자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만,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의 삶에 직접적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깨달음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2021년 육아 플랫폼으로 첫 창업에 도전했고, 이후 전혀 다른 B2B 서비스에도 나섰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때에 지금의 공동창업자인 김일식씨, 옥진석씨와 함께 피카디를 시작했고, 2024년 초, 한 달 동안 150개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바로 ‘피카클립’이었다.

피카클립은 긴 영상을 AI가 이해해 자동으로 숏폼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크리에이터 50명 중 94%가 “다시 쓰겠다”고 답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확신을 얻었다.

피카클립은 1시간 이내의 영상 하나를 올리면 약 3분 만에 20개의 숏폼을 만들어낸다. 기존에 400분 이상 걸리던 작업이 몇 분으로 줄어들었으며, 비용도 크게 낮췄다.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1만 명을 확보하고, 약 100만 건 이상의 숏폼이 제작됐다.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방송사, 중장년층 유튜버, 자영업자, 교육·종교 콘텐츠 제작자 등 이용자층도 다양하다.

정 대표는 “이건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카클립의 핵심은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 방식이다. 숏폼 하나를 만들기 위해 AI가 수십 차례 콘텐츠 맥락을 분석하고, 한국어와 문화적 맥락까지 반영해 편집점을 찾는다.

“편집점 추출 정확도가 경쟁사 대비 58% 높습니다. 특히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는 글로벌 서비스와 확연히 다릅니다.”
[초격차 스타트업] 피카디 대표 정원모 "AI 숏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구조를 바꾼다"
▲ 정원모 피카디 대표와 피카디 직원들. <피카디>
이 기술은 곧 방송사와 미디어 기업의 선택을 받았다. 

EBS 다큐멘터리 채널을 시작으로 SBS 스브스 뉴스, JTBC 뉴스, 연합뉴스, 3PROTV, 보다, 지식인사이드 등 구독자 수 300만~500만 명에 이르는 주요 채널들이 피카클립을 활용해 숏폼을 만들고 있다. 

피카디가 제공하는 채널별 맞춤 알고리즘은 기존 전문 편집 인력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 달에 몇 개씩 수백만 조회수의 숏폼이 제작된다고 한다.

피카디의 장기 비전은 영상 콘텐츠 도메인에서 수직적으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다. 

숏폼 편집을 넘어 기획, 제작, 유통, 광고·수익화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정 대표는 “좋은 숏폼은 결국 좋은 롱폼에서 나온다”며 “콘텐츠 기획 역량이 AI 에이전트의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피카디는 축적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 영역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피카디 팀은 대부분 개발자로 구성되어 있다.

6명 중 5명이 개발자일 정도로 기술 중심 조직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기술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정 대표는 매번 “이 기능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덜어주는가”를 묻는다고 한다. 시간 부족, 비용 부담, 바이럴에 대한 불안 등 이러한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좋은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아낄 수 있는지. 피카디와 피카클립은 모두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10년 뒤의 자신을 상상해달라는 요청에 정 대표는 “확실한 건, 어떤 형태로든 계속 창업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에게 실제로 쓰이는 것을 만드는 일만큼은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승리 기자
[초격차 스타트업] 피카디 대표 정원모 "AI 숏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구조를 바꾼다"
▲ AI가 자동으로 숏폼을 제작해주는 피카디 서비스 '피카클립'의 편집 장면. <피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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