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도 춘천에 23일 큰 눈이 내리고 있다. 서울은 같은 날 비가 내렸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온상승이 이어지면서 겨울철에도 눈 대신 비가 오는 일이 흔해졌다.
이에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한국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성탄절을 맞아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습 한파는 뒤덮겠지만 강수나 강설 예보는 없다.
이날 오후 중에는 기온이 영상권까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강설 예보가 있어도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23일 서울 전역에는 영하권 기온에도 불구하고 눈 대신 비가 내렸다.
기상청 날씨누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991~2024년 날씨통계를 보면 12월25일 당일에 눈이 내린 일은 11번 있었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2015년, 2023년에 단 두 차례만 눈이 내려 갈수록 화이트 크리스마스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눈을 찾아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온상승이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1~2020년 평균기온은 1912~1940년보다 1.6도 가량 높았다. 이는 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 빠른 속도이다.
성탄절에 내리는 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성탄절에 눈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D.C,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코네티컷주, 델라웨어주 등 본토 지역 주들은 모두 2020년 이후 강설량이 이전과 비교해 최소 35% 감소했다고 전했다. 미국 전역으로 봤을 때도 본토 면적의 70%가 넘는 지역들은 모두 강설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온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오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 ▲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고 있다. <연합뉴스> |
데이비드 로빈슨 미국 러트거스대 교수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지난 75년 동안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섭씨 1.5~2.5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뉴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유럽인들의 기억 속에서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 데이터 저널리즘이 올해 초에 게재한 강설 지도를 보면 북유럽 일부와 러시아 인접 지역을 제외한 유럽 모든 지역에서는 지난해에 눈이 오지 않았다.
2020년에 나온 영국 논문을 보면 2100년 내로 영국에서는 겨울에 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성탄절에 눈이 오지 않는 현상은 단순히 사회문화적 영향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겨울철에 내린 눈은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같은 세계 식량 생산 지대들에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국내의 주요 식량 생산지대인 캘리포니아주는 농업용수의 약 30%를 겨울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내린 눈이 의존한다.
11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가뭄정보시스템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에라 네바다 산맥 적설량은 평년 중앙값 기준 50%미만으로 심각한 '눈 가뭄'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 아바초글루 캘리포니아대 머세드 기후학자는 "기후변화로 예전에는 눈이었던 것이 이제는 비로 바뀌고 있다"며 "사람들이 아직 깨닫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미 세계는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