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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LFP양극재 생산현장 가다, 엘앤에프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과 '정면승부'

최재원 기자 poly@businesspost.co.kr 2025-12-19 16: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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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LFP양극재 생산현장 가다, 엘앤에프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과 '정면승부'
▲ 엘앤에프가 LEP양극재에서 중국과 정면승부를 펼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대구]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준비에 여념 없다. 양극재 업계도 마찬가지다. 엘앤에프는 국내 최초 LFP배터리용 양극재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과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양극재 업계는 미국 정부의 ‘탈중국’ 배터리 규제 강화로 LFP용 양극재 시장에서 반사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배터리 원가 비중의 40%가 넘는 소재를 중국 포함 금지된외국단체(PFE)로부터 공급받으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수령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양극재가 전체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비중국산 양극재 사용을 강제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며, ESS용 LFP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에서도 LFP배터리 탑재 비율이 과반을 넘어 60%까지 치솟고 있어 한동안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에 위치한 엘앤에프 LFP 양극재 파일럿 생산라인 현장을 찾았다.

엘앤에프가 LFP 양극재 파일럿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구지3공장은 대구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서대구역에서도 차로 약 40분 떨어진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교외로 빠져나온 만큼,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공장 규모를 자랑했다.

실제 구지3공장은 엘앤에프가 보유한 공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약 15만 평의 부지에 지어졌으며, 대부분은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생산시설과 자동화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다.

이곳 바로 옆에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 생산 자회사가 엘앤에프플러스가 건설 중인 공장 건설 현장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뼈대만 존재했지만 10만 평에 달하는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구지 3공장에 들어서니 큼직 큼직한 건물들 사이에 작지만 유난히 존재감을 발휘하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삼원계 양극재 공장 옆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LFP 양극재 파일럿 생산라인은 최근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가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 안내에 따라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촘촘히 마련된 생산설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시범 생산하는 물량은 연 약 100톤 수준으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아직은 적은 수준이었다.
국내 최초 LFP양극재 생산현장 가다, 엘앤에프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과 '정면승부'
▲ 엘앤에프의 대구 구지3공장 단지 내 LFP 양극재 파일럿 생산설비 내부 모습. <엘앤에프>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 주문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고려해 우선 소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며 “협소한 공간에 모든 생산설비를 집어넣느라 애를 먹었다”고 웃어보였다.

좁은 통로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LFP 양극재 생산 과정의 첫 단계인 분산 작업을 진행하는 설비가 보였다. 이 과정에서 리튬, 인산, 철 등 LFP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물과 함께 한 통에 넣고 빠르게 회전시켜 균일하게 섞어낸다. 회사 관계자는 “이때 투입된 원재료의 비율로 최종 결과물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객사 주문에 맞는 비율을 정확히 계량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잘 섞인 액체는 비즈밀이라는 장비로 이동한다. 이 장비 안에는 아주 조그만 구슬(비즈)이 빠른 속도로 충돌하며 액체 속 입자를 분쇄한다. 이후 스프레이 드라이어로 옮겨 고온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면 고운 파우더만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물리적으로만 결합됐을 뿐,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진 않은 상태다.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소성 작업을 거쳐야한다. 습식과 건식 과정을 거쳐 얻은 파우더는 섭씨 약 800도 수준으로 가열된 소성로를 지나며 최종 양극재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원재료 혼합 비율에 맞춰 온도를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만큼 가장 까다로운 작업으로 꼽힌다.

소성 과정은 약 20시간이 소요되며, LFP 양극재에는 철이 함유돼 있어 산소 접촉을 방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회사 관계자는 “LFP 양극재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을 고르라면 소성 과정”이라며 “이 곳에서 적절한 온도, 밀폐된 환경을 유지하지 못하면 양극재로서 활용 가치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소성 작업을 마치고 양극재 형태를 갖춘 파우더는 흑연으로 된 자기에 옮겨져 후처리 공정으로 이동한다. 여기서는 마하 1이상의 빠른 속도로 초음속 기류를 만들어 입자끼리 충돌시켜 분쇄하는 제트밀 공정이 진행된다. 제트밀 과정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파우더를 체에 거르는 시브 작업과 자석을 활용한 자성 이물질 제거 작업을 마치면 최종 LFP 양극재 제품이 생산돼 패키징 작업이 이어진다.

LFP 양극재 생산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혁원 엘앤에프 공정개발연구소장은 엘앤에프 LFP 양극재 장점을 묻는 질문에 “생산 과정을 고도화해 높은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2007년부터 엘앤에프에 몸담은 인물로, LFP 파일럿 생산과 양산 준비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최초 LFP양극재 생산현장 가다, 엘앤에프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과 '정면승부'
▲ 엘앤에프 LFP 양극재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권혁원 공정개발연구소장. <엘앤에프>

LFP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는 PD라는 단위로 수치화된다. LFP 양극재는 여러 단계로 분류되는데 PD가 2.0인 제품을 1단계로 정의한다. PD가 0.1 오를수록 단계도 1씩 상승하는 것이다. 현재 엘앤에프가 시범 생산하고 있는 LFP 양극재는 최대 2.4 PD에 가까운 에너지밀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4~5단계에 해당하는 수치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권 소장은 “최근 중국에서 5단계 LFP 양극재를 구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며 “다만 중국 내에서도 4단계 수준의 LFP 양극재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쟁 상대가 중국 전체가 아닌 중국의 극소수 업체라고 봤을 때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 규제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과 가격 격차는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권 소장은 “중국도 최근 생산비용 급증으로 LFP 배터리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2030년 전후로 LFP 배터리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산 제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중국 전기차·배터리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CNEVPOST는 지난 17일 중국의 배터리 스타트업들이 LFP 배터리 가격을 1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다수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메이저 배터리 기업들도 조만간 LFP배터리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권 소장은 “엘앤에프플러스 LFP 양극재 공장은 ESS용과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이원화해 운영할 것”이라며 “내년 4월 준공해 하반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엘앤에프가 삼원계 양극재 강자를 넘어 LFP 양극재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해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원 기자
 
국내 최초 LFP양극재 생산현장 가다, 엘앤에프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과 '정면승부'
▲ 엘앤에프의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삼원계 양극재를 생산하는 구지3공장 전경. <엘앤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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