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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북미법인들 100% 자회사로, 실적 역성장에도 '뚝심과 집착 사이'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12-11 15: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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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북미법인들 100% 자회사로, 실적 역성장에도 '뚝심과 집착 사이'
▲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뷰티 법인 더 크렘샵 제품(왼쪽)과 미국 뷰티 기업 보인카가 보유한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 제품. < LG생활건강 >
[비즈니스포스트] LG생활건강이 미국 뷰티 법인들의 잔여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관된 전략이라는 의견과 실적 부진 속에 굳이 잔여지분까지 확보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해외 법인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에도 인수 의지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해외 법인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약 1450억 원에 북미 화장품 기업 더에이본컴퍼니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사들였다.

2021년 헤어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법인 보인카 지분을 인수했고 2022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까지 품었다. 북미 시장만 놓고 보면 4건의 인수에 투입된 금액이 약 6051억 원에 이른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8월 미국 뷰티 기업 보인카 지분 56.04%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남은 지분 43.96%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설정했다. 

LG생활건강은 공시를 통해 향후 잔여지분을 모두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과 무관하게 경영권을 완전히 손에 넣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보인카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인카의 부채비율은 2022년 486%, 2023년 253%, 2024년 213%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8억 원, 9억 원, 7억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성과가 과도하게 작다는 평가다.

또 다른 미국 법인 더크렘샵은 보인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인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크렘샵 순이익은 2023년 312억 원에서 2024년 276억 원으로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2022년 4월 더크렘샵 지분 65.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거래 종결 후 5년이 지나면 남은 지분 35.0%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함께 설정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예정 시점보다 앞선 2023년 11월 콜옵션을 행사해 잔여지분 인수에 나섰다. 

문제는 매도인인 더크렘샵 창업주 김선아 씨가 제시된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LG생활건강은 잔여지분을 6680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김 씨는 약 1억3천만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분쟁은 국제상공회의소(ICC)로 넘어갔다. ICC는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고, 잔여지분 인수대금은 6680만 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보인카에 이어 더크렘샵까지 잔여지분 확보 방침을 굽히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해외 M&A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북미 사업을 완전자회사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장기적 브랜드 가치와 사업 시너지를 확신하는 ‘전략적 뚝심’이라는 시각과 함께, 실적 부진 속에 덩치를 키우려는 ‘무리한 집착’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LG생활건강 북미법인들 100% 자회사로, 실적 역성장에도 '뚝심과 집착 사이'
▲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에이본 플래그십 매장 '스튜디오 1886'. < LG생활건강 >

여기에 이미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북미 법인에도 여전히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대부분 외부 조달이 아닌 본사가 직접 자금을 수혈하는 구조다.

대표적 사례가 LG생활건강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북미 법인 더에이본컴퍼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4월 북미 법인 LGH&HUSA가 진행한 1억3천만 달러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7천만 달러는 북미 법인의 운영 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머지 6천만 달러는 더에이본컴퍼니 운영 자금으로 투입됐다.

LG생활건강은 인수 후 지속적으로 더에이본컴퍼니에 자금을 공급해 왔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더에이본컴퍼니의 순손실은 2022년 475억 원, 2023년 405억 원, 2024년 280억 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북미 시장 공략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의 전체 실적도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뚜렷하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800억 원, 영업이익은 46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화장품 사업부의 경우 매출은 4710억 원으로 26% 줄었고 영업손실은 588억 원까지 확대됐다.

물론 LG생활건강의 인수 대상이 해외 법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3년에는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 원에 인수했다. 남은 지분 25%도 거래 종결 3년 후부터 매수할 수 있도록 계약돼 있어 향후 완전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거래종결일은 2026년 12월31일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보인카와 비바웨이브는 향후 잔여지분 취득 계획이 있으나 그 외 법인의 인수와 관련해서는 공정공시 위반 소지가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해외 법인 투자는 미래 성장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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