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는 10일 미국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가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기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총 2조 원 이상이며, 2027년부터 약 3년 동안 공급한다.
| ▲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 2.0의 모습. <삼성SDI> |
이번 계약에 따라 공급하게 될 제품은 미국 현지 공장의 라인 전환을 통해 생산한다.
회사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은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는 삼원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지만 현지 수요에 맞춰 LFP 생산라인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셀은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 삼성배터리박스(SBB) 2.0에 탑재된다.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 등을 통합 설치한 일체형 ESS 솔루션으로 SBB 2.0은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이번 계약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삼성SDI가 LFP 배터리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공급망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회사는 그동안 LFP 연구개발(R&D)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소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소재와 극판 공정 기술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파우치형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의 장점과 함께 첨단 안전성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 삼성SDI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 성사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알루미늄 캔 타입의 외관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면 즉각 배출이 가능한 벤트와 퓨즈 등 안전 장치가 설계돼 있다.
특히 SBB 2.0에는 열확산 방지 기술 ‘No-TP’도 적용됐다. No-TP는 모듈 내 배터리 셀 사이에 단열재를 배치하고, 열전파 성능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셀의 온도가 상승할 때 인접 셀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삼성SDI는 현재까지 미국 내 유일한 비중국 각형 배터리 제조사다. 회사는 이를 앞세워 다수의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LFP 배터리 공급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화재 안전성은 물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