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생산적 금융에 초점을 맞춰 기업금융 전략을 강화하면서 투자은행(IB)그룹과 기업그룹이 핵심 조직으로 떠올랐다.
연말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이명수 우리은행 IB그룹장 부행장과 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부행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 ▲ 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장(왼쪽)과 이명수 우리은행 IB그룹장. <우리은행>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조직개편을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IB그룹과 기업그룹의 역량을 강화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우리은행은 80조 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IB그룹과 기업그룹에 각각 투ᐧ융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힘을 실은 것인데 이명수 부행장과 배연수 부행장을 그대로 유임하며 힘을 실었다.
이 부행장은 1995년 입행한 뒤 인사부본부장, 동부영업본부 영업본부장, 경영지원그룹 본부장, HR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한 ‘인사통’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올해 4월 비은행 계열사 시너지 강화를 위해 우리은행 IB그룹을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로 옮겼다. 동시에 우리투자증권에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CIB) 시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 부행장에게 본부장을 겸직시켰다.
계열사 간 조직을 아우르는 겸직은 이례적이다. 이 부행장에게는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의 협업 체계를 조율하며 시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현재 이 부행장은 은행과 증권의 협업 구조를 균형 있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개발사업 구조조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프로젝트 등을 총괄하며 계열사 협업 성과를 냈다. 일례로 지난달에는 1710억 원 규모의 ‘케이스퀘어 성수 오피스 개발사업’의 본PF대출 주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배연수 부행장은 토평지점 지점장과 중소기업고객부장, 중앙영업본부 영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중소기업 영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정 행장과도 인연이 깊다. 과거 정 행장이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몸담은 시기 함께 근무하며 주요 경영 및 영업 전략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정 행장이 우리은행의 대표적 ‘중기 영업통’으로 평가받는 만큼 배 부행장이 기업그룹에 선임된 배경에도 무게감이 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부행장은 전통적으로 대기업 중심이었던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및 혁신기업 지원으로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업계의 관심을 모은 NOL유니버스와의 업무협약 체결 역시 배 부행장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는 회원사 10만 곳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업 맞춤형 지원 거점 ‘비즈(BIZ)프라임센터’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 ▲ 이명수 IB그룹장(부행장)과 배연수 기업그룹장(부행장)이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키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우리은행에게 생산적 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서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과 함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이후 생산적 금융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적극적 추진 자세를 취하며 실행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진완 행장 역시 취임 초부터 기업금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첫 출근길에 “우리은행의 모태는 조선 상인을 위한 금융에서 시작됐다”며 기업금융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증권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의 특성상 은행의 투자은행 및 투ᐧ융자 기능이 그룹 차원의 모험자본 공급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은 기존의 가계 및 부동산 중심의 전통적 여신 구조에서 벗어나 자금의 흐름을 자본시장과 모험자본으로 전환하는 금융 구조 재편 작업을 말한다.
우리은행은 전날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IB그룹과 기업그룹을 통해 인공지능과 반도체, 이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유망산업에 적시성 있는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