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블록체인 기술을 전통 금융 서비스에 접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9월 ‘업비트 D 콘퍼런스(UDC)’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제도권 금융과 협업하며 블록체인 기반 ‘생활 속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법적 근거가 미흡해 가상자산사업자가 외국환업무나 결제업에 단독 진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직접 금융서비스를 확장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대표는 전통 금융회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 금융의 대중화 길을 모색하는 셈이다.
4일 두나무는 하나금융그룹과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금융서비스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고 새로운 금융 인프라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결제·송금 서비스 역량을 강조한 데다 올해 8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경영진을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블록체인 금융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와 하나금융은 이번 협약에 따라 2016년 1분기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적용한다. 하나은행 본점, 해외법인과 지점 사이 송금에 먼저 도입되며 기술 검증 및 정책 변화에 따라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및 지불 서비스가 빠르게 일상화고 있다.
특히 세계은행(월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저·중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 송금이 확대되고 있다. 높은 국제송금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 대상 규제 체계가 모호해 블록체인 기술을 결제나 송금 등 제도권 금융 서비스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가 외국환업무나 결제업에 직접 적극적으로 나설 법적 근거가 부족해 두나무 단독으로 금융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된다.
이에 오 대표는 여러 방법으로 금융권과 ‘동맹’을 맺으며 사업 확장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체결하며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국내외 이용자 접근성을 활용할 길을 열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해 지급 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나아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 ▲ 두나무는 하나금융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글로벌 금융서비스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오경석 두나무 대표(왼쪽)와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하나금융> |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하나금융과 협업 역시 두나무가 규제 한계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응할 모델을 구축하려는 행보로 바라본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네이버페이와 결제망 연동을 추진할 가능성이 생긴 데 이어 하나금융과 해외송금 등 금융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지갑–결제–송금–자산관리’로 이어지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가치사슬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 월렛·트래블룰 솔루션, 커스터디 서비스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을 다져 왔다.
오 대표는 하나금융과의 업무협약식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하면 이를 지원할 ‘블록체인 인프라’도 대중화되며 지급결제·자산관리·자본시장 등 기존 금융 서비스가 웹3 기반 서비스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