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미국 계열사들 동원해 한화솔루션에 약9천억 투입, 김동관 태양광사업 우회 지원 비판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1-25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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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연결 자회사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의 미국 계열사를 동원해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한화솔루션에 약 9천억 원의 자금을 우회 지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3조6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와 관련해 그룹 김동관 부회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란 일반 주주들 반발 등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른 끝에 총 4조2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화에어로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방산·조선·해양 등 분야에 2028년까지 총 1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투자금이 관련 분야 자회사 등의 사업 투자가 아니라 김동관 부회장의 대표 사업인 태양광 사업(한화솔루션)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연결 자회사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의 미국 계열사를 동원해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계열사 한화솔루션에 약 9천억 원의 자금을 우회 지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25일 관련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의 자회사 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이 오는 12월 말 미국에 공동 설립하는 한화디펜스앤에너지가 한화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50% 인수를 완료하면, 한화솔루션에 순유입되는 현금은 5억8116만 달러(약 8855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내 방산·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인수합병 투자를 수행할 한화퓨처프루프에 실제 유입되는 현금은 없다. 한화퓨처프루프는 2023년 3월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50%씩 합작해 설립한 미국 투자사로, 투자 분야는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LNG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해운, 항공우주 등이다.
게다가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추가로 지분율(37.5%)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우선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각자의 미국 사업법인(한화오션USA, 한화시스템USA)에 각각 2억9070만 달러(4279억 원)씩을 출자한다. 한화솔루션도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를 통해 한화디펜스앤에너지에 2852억 원을 투입한다. 이후 미국 법인들의 출자대금은 고스란히 신설 한화디펜스앤에너지에 투입된다. 한화디펜스앤에너지는 이 자금을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50%를 인수하는 데 쓴다.
이렇게 되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모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종전 보유하고 있는 한화퓨처프루프 50% 지분에 더해 지분 37.5%를 추가로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 자회사들이 투자한 자금이 한화솔루션으로 약 8855억 원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10월 각각 6557억 원을 들여, 총 1조3114억 원을 한화퓨처프루프에 추가 투입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화솔루션이 한화퓨처프루프 주식을 약 1년2개월간 보유한뒤 처분하면서, 수익률 80.1%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한화퓨처프루프가 설립 이후 투자한 사례는 미국 에너지저장시스템 기업 ‘트랜스그리드에너지’, 한화해운(용선 사업 담당) 등 2개 등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퓨처프루프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부채총계는 1조3300억 원, 자본총계는 1조4448억 원 등 자산은 2조7747억 원이다. 그러나 실적은 매출 53억 원, 순손실 204억 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부진에 빠진 한화솔루션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 우회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겸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4월6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그룹 합류 초기부터 공들여왔던 대표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저가공세와 사실상 유일한 사업 국가인 미국에서 과도한 모듈 재고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또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인해 이 부문 경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6조2117억 원, 영업이익 1324억 원, 순손실 2086억 원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1%, 늘고 영업손익은 흑자 전환, 순손실은 73.1% 감소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모듈에서 업황 개선 조짐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적자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며 “2025~2026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눈높이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대금, 영업활동현금흐름, 차입 등을 합쳐 방산·조선·해양 등 분야에서 2028년까지 총 1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구체적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방산 부문 해외 합작법인 설립 △미국 스마트 탄약공장 △무인기 체계·엔진 시설 △유럽 유도탄·탄약·지상장비 생산거점 △해외 조선소 투자 △친환경 해운 등의 해외투자에 6조2700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수출형 지상장비·유도탄 개발 △ESS·첨단항공엔진·무인기 개발 투자 등 연구개발(R&D)에 1조5600억 원 △모듈형추진장약 공장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지상방산 인프라에 2조2900억 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에 9500억 원 등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투자 계획 어디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관계사 투자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배정 3조6천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이같은 유상증자 발표 직전 회사가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을 매입하는데 1조3천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에 사업 확대에 필요한 투자부담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에만 회사 자금을 사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승계 지원’ 차원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자,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 매각대금을 고스란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재투입키로 했다. 또 김승연 한화그룹이 회장이 보유한 ㈜한화 주식 가운데 11%를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승계 지원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같은 주주들의 강한 반발과 논란 끝에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정작 주주들을 위한 회사 미래 사업 투자에 자금이 쓰이는 게 아니라 한화솔루션이라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쓰이는 꼴이어서 향후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같은 계열사 우회 지원 비판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미국 정부가 조선·해양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마스가’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한화퓨처프루프는 이런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미국 내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며, 연관 부문 계열사의 지분 투자로 한화퓨처프루프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