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주총회에서 1조 달러 보상안을 승인받으며 주주 신뢰를 재차 증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로보택시와 같은 신사업 성공이 무거운 과제로 자리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보상안을 승인받았다. ‘로보택시’를 비롯한 신사업 성공 가능성에 주주 신뢰를 다시금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사업 목표나 진행 상황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이제는 실제 성과를 두고 더 엄격한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주주총회를 통과한 일론 머스크의 1조 달러(약 1455조 원) 규모 보상안이 ‘데자뷔’를 일으킨다는 평가가 제시된다.
일론 머스크가 로보택시 등 신사업에 야심찬 목표를 내놓고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사례가 이전부터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가 로보택시 100만 대 운행을 비롯한 경영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75%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일부 대주주 및 투자 자문사들이 과도한 보상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음에도 대다수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를 향해 다시금 굳건한 지지를 보낸 셈이다.
이번 보상안이 부결되면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테슬라 이사회의 경고도 찬성표 확보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에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며 주주들의 믿음에 화답했다”면서 “다만 이는 약 1년 반 전에 그가 했던 약속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차량 생산과 운행 대수를 대폭 늘려 회사의 확실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약속을 재차 내놓았다.
테슬라 주주들은 로보택시 신사업 성공이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분명하게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보상안 통과로 일론 머스크의 이러한 비전이 결국 주주를 향한 ‘1조 달러짜리 약속’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 ▲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운행되는 테슬라 로보택시 차량. <연합뉴스> |
하지만 구글 웨이모와 우버 등 경쟁사의 로보택시 사업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만큼 테슬라가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테슬라는 6월에서야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보조 운전자가 탑승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은 연내 구현을 목표로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구글 웨이모가 오래전에 달성한 수준”이라며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 운행 대수도 여전히 소규모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주들에 증명해야 할 분명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주주총회에서 “몇 달 안에 사람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제는 차량 생산을 확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약속이 수 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지만 테슬라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이번 보상안 통과로 일론 머스크에 재차 신뢰를 보이며 힘을 실어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 일론 머스크가 약속을 실현한다면 테슬라가 훌륭한 새 시대를 맞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가 이전부터 비슷한 포부를 내놓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1조 달러 보상안은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경영에 더 신경을 쏟거나 정치 참여에 시간을 들이지 않도록 하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규모 주식 보상은 어디까지나 경영 목표 달성에 따라 조건부로 제공되는 만큼 일론 머스크에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론 머스크가 이를 실현하는 데 실패해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주주들의 높은 신뢰도 한순간에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주주총회에서 보상안이 통과된 이후 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만에 약 3.7% 하락한 429.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일부 주주들은 결과에 실망감을 느끼고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