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1-05 16: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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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철근시장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며, 정부가 철근 산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유도키로 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철근 판매량은 2023년 918만7000톤에서 2024년 762만1천 톤으로 급락했다. 2025년 1~8월에도 461만5000톤으로 1년전 같은기간보다 11.3% 감소했다.
▲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철근 시장 불황 장기화에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동국제강>
앞서 7~8월 국내 1~2위 철근 제조사 현대제철·동국제강이 자발적으로 공장을 가동 중단했음에도 철근 가격은 반등하지 못했다. 11월 첫째주 기준 1톤당 68만5000원으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75만 원을 한창 밑돌고 있다.
생산량 기준 국내 2위 철근 제조사 동국제강은 봉형강(철근, H빔)의 매출 비중이 68%(후판 32%)에 이르는 만큼 불황 장기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수출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철강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철근 수요는 남은 4분기에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원재료와 완성품의 단위가격 차이)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 동국제강 실적은 2023년 지주회사 출범에 따른 분사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금융정봋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2025년 개별기준 실적은 매출 3조2130억 원, 영업이익 839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18.2%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최삼영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내실강화’에 무게를 두고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일환으로 내세웠던 ‘수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의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봉형강 수출액은 1457억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9.0%에 그치지만, 이미 지난해 연간 봉형강 수출액이 1508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세가 눈에 띈다.
동국제강은 앞서 지난 3월 철강 수출확대를 꾀하고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수출본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수출전략팀과 수출영업지원 조직도 신설해 수출 사업에 힘을 실었다.
동국제강은 일본과 미국에 세운 판매법인을 통해 해외영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동남아 지역으로 해외사업 영토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동국제강 인천 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동국제강>
회사의 상반기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미주 1387억 원 △아시아 301억 원 △대양주·기타 260억 원으로 미주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수입산 철강관세 50%로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수출 전략 시장을 동남아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회사는 태국과 싱가포르 등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024년 코일철근 친환경 인증에서 ‘리더’ 등급을 취득해 싱가포르 내 친환경 관련 프로젝트 참여 자격을 획득해둔 상태다. 태국에서는 H형강 제품군 가운데 품목 7개의 추가 인증을 취득하는 등 수출 확대의 발판을 놓았다.
최삼영 사장이 수출 확대로 바닥을 찍고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동국제강은 개별기준으로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3884억 원, 영업이익 586억 원을거둿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48,8% 각각 감소한 수치다.
회사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공정 상 병목 구간 개선을 추진하고, 회수율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시장 수급 차원에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철근 생산설비 구조조정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국제강은 장기간 업황 악화에도 지난 7월 임대로 쓰고 있던 서울 본사 건물 ‘페럼타워’를 6450억 원에 다시 매입했다. 이로 인해 회사의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이 1조5002억 원, 부채비율은 123.7%로 늘었다. 2024년 말보다 차입금은 61.1%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36.0%포인트 증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