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0-29 14: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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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며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사진)의 그룹 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콜마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콜마홀딩스 이사회 진입이 실패했다.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사실상 세대교체 흐름이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상현 부회장은 최근 여동생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합류하며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부친까지 견제에 성공하며 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경영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9일 콜마홀딩스가 세종 산하연클러스터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동한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윤 회장을 비롯해 김치봉·김병묵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후보로 올랐지만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회장 안건은 출석 주주의 29.3%만이 찬성했고 김치봉·김병묵 후보도 각각 29.2% 찬성에 그쳤다.
세 안건 모두 상법상 보통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과반 찬성 및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
윤 회장의 콜마홀딩스 이사회 진입 여부는 이미 주주총회 전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콜마홀딩스는 지난 24일 ‘후보자 자진 사퇴에 따른 일부 안건 철회’를 공시했다. 윤여원 후보를 포함해 유정철 콜마비앤에이치 부사장, 조영주 전무, 최민한 상무대우, 유차영 콜마스크 대표 등도 줄줄이 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주총은 절반 가까운 안건이 사전에 무력화됐고 남은 안건마저 부결되며 ‘윤 회장 복귀’는 좌초됐다. 반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며 그룹 실권을 사실상 손에 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를 두고 “예고된 결말”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분 구조만 봐도 흐름은 명확하다. 6월30일 기준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회장(5.59%), 윤여원(7.78%), 윤여원 대표의 배우자인 이현수 씨(3.02%) 등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16.39%에 불과하다.
윤 회장이 이사회 복귀에 실패하면서 윤 회장과 윤여원으로 이루어진 반윤상현 진영의 반격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평가된다. 윤 부회장은 이미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윤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윤 부회장, 이승화 대표, 윤여원 대표 3인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윤 부회장 측 인사들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경영 주도권은 단일 축으로 재편된 상태다. 윤여원 대표는 사회공헌 업무를 맡으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이사회 내에는 행동주의 펀드 등이 일정 견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윤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이끌 수밖에 없는 구도다. 남매와 부자 간 지배력 경쟁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콜마그룹은 앞으로 윤상현 부회장 체제에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바이오·제약 등 세 축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통합과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은 그간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해외 생산기지 확보, 바이오·건기식 분야 진출을 통해 성장 기반을 넓혀왔다. 앞으로는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 간 연계 강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등 보다 정교한 그룹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기식 부문은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 및 제형 기술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기반으로 바이오소재·기능성 단백질·세포배양 등 고기능 영역으로의 확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화장품 사업은 제조자개발생산(ODM)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마이크로바이옴 등 첨단 소재 R&D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연구 조직 간 융합을 통해 신소재 활용 범위를 제약·건기식까지 확장하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제약 부문에서는 HK이노엔의 신약 개발력과 유통망, 콜마비앤에이치의 생산 역량을 연계해 사업 간 융합을 꾀하고 있다. 두 회사 간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위한 조직 재편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콜마그룹 내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오너일가 간 지분 반환 소송을 비롯해 소액주주, 행동주의 펀드, 전략적 파트너사 등 외부 세력의 변수 가능성도 남아있다.
가장 큰 관심은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지분 반환 소송이다. 그는 윤 부회장에게 2019년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무상증자 반영 후 460만 주)의 반환을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만약 윤 회장이 승소한다면 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31.75%에서 18.93%로 낮아진다. 반면 윤 회장은 18.41%까지 올라가며 지배구조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소송 역시 윤 부회장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회장이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된다.
윤 회장이 주장하는 ‘경영승계 유지 의무 위반’은 계약상 명문화된 조항이 아니며 법적 해석 여지가 큰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적으로 증여는 일방적으로 철회하기 어렵다. 법원이 이미 이전된 지분의 반환을 명령하려면 피증여자의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외부 세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콜마홀딩스의 소액주주 보유 지분은 37.92%,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5.69%, 전략 파트너사 니혼콜마는 7.80%다.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과반인 51.41%에 이른다.
물론 이들이 윤 부회장의 경영권에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여겨진다. 이미 윤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무산된 상황에서 윤 부회장을 견제할 명분이나 실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는 경영 쇄신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추진해온 회사의 방향성이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 원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