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10-20 14: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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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인수 절차를 밟으며 한국 시장 재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비트 중심 독주 체제가 굳어진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바이낸스의 자본과 노하우가 유입되면 시장 경쟁 구도가 장기적으로 변화하거나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인수로 한국 시장 재진입을 가시화하고 있다.
20일 가상자산업계는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서를 수리한 것을 놓고 시장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고 평가한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뒤 해외 거래소가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시장에 대주주로서 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해외 자본이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합법적으로 대규모 유입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낸스는 2023년 초 고팍스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는 별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없다.
대신 대표 및 주요 임원은 FIU에 신고해야 한다. FIU는 이들을 심사한 뒤 임원 변경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임원 등재를 위한 ‘임원 변경 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지만 신고 승인 등 법적 절차가 늦어지며 지금까지 최종 인수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번 신청서 수리에 따라 고팍스 인수 마무리를 위한 행정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팍스는 국내 원화마켓 등록 가상자산거래소 5개 가운데 시장점유율 기준 5위 수준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거래량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이 뒤를 잇는다.
이에 해외 대형 거래소인 바이낸스 자금과 운영 노하우가 고팍스에 본격 이식되면 거래소 사이 점유율 경쟁도 장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 시도는 이번이 2번째다. 바이낸스는 2020년 4월 ‘바이낸스KR’이라는 독립 거래소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자 했다.
그러나 2021년 특금법이 시행되며 실명계좌 발급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 등 해외 법인으로서 마주하는 규제 장벽이 높아지자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해외법인이 아니라 국내 법인 지분투자로 진입하는 방식이라 당시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평가된다. 고팍스라는 국내 인허가 법인 기준으로 규제가 적용돼 제도적 기반 안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국내 가상자산시장에서 거래 구조나 점유율 측면에서 대규모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행 규제상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호가창)을 직접 공유할 수 없다. 이에 바이낸스가 보유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시장에 즉각 반영되지 못한다.
이에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바이낸스 진입이 점유율 경쟁보다 국내 거래소의 해외 진출 규제 완화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시장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이번 고팍스-바이낸스 사례는 해외 거래소 자본의 국내 진입뿐 아니라, 역으로 국내 거래소가 해외에 진출할 통로를 제도권에서 논의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특히 국내 외환 규제, 외국인 투자자 진입 제한, 해외 오더북 공유 금지 등 진입장벽 재검토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 고파이 사태 해결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 승인으로 ‘고파이 사태’ 해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최근 소비자 보호를 금융정책 핵심 축으로 내세우는 만큼 바이낸스가 인수 조건으로 약속한 예치금 상환 재원이 실제로 마련된다면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2022년 운영한 가상자산 예치 상품을 말한다. 고팍스는 2022년 11월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에 영향을 받으며 고파이 예치 고객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아직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와 긴밀히 협력해 고파이 예치금 상환 재원 확보 및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와 이어질 절차를 고파이 문제 해결의 실질적 전환점으로 삼고 신뢰받는 거래소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