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자생력’과 ‘시너지’라는 키워드를 내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비은행 성장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완전자회사화 추진과 자본력 지원이라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성장 시스템을 재정립하고 있다. 금융그룹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의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열을 다듬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가장 최근 변화의 대상이 된 곳은 하나손해보험이다.
하나금융은 17일로 예정된 하나손해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해 2천억 원을 수혈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비율 도입에 앞서 하나손해보험의 자본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일정 부분은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손해보험의 몸집을 키우겠다는 하나금융의 의지도 담겼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기존 자동차보험 중심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장기보험 중심으로 개편해 가고 있다”며 “이 비중을 늘리기 위한 사업비도 자본 확충 목표에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앞서 2025년 9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손해보험 잔여 지분 8.56%를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한 곳은 하나손해보험만이 아니다. 2024년에는 부실채권(NPL)회사 하나에프앤아이의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여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하나증권의 산하에 있는 하나자산운용을 직접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자회사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하나증권이 하나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 격상 시 하나금융의 완전자회사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함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확실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단순한 자회사 재편이 아니라 비은행 부문 성장을 위한 함 회장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함 회장은 올해 초 비은행 강화 전략을 ‘자생력’과 ‘시너지’로 명확히 설정했다.
하나금융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보다 하나금융이 가지고 있는 자회사, 손자회사 등 자원을 활용한 전술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합병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자회사화와 자본력 지원은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하는 수단인 셈이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완전자회사화에 따라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경영 판단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게다가 계열사를 총괄하는 지주사로서 역할이 커진다는 점에서 ‘하나더넥스트’ 등 그룹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시너지 추진에도 용이할 것으로 여겨진다.
▲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과제로 비은행 강화가 꼽힌다. <하나금융그룹> |
함 회장에게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있는 올해 비은행 성장 시스템을 단단히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비은행 강화라는 과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함 회장은 첫 임기에도 비은행 강화를 과제로 받았다. 하나금융 내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순이익 1위를 다툴 만큼 성과를 내고 있으나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첫 3년에는 비은행 기여도가 하락하기도 하면서 비은행 강화 측면에서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경쟁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의 위협이 거세진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로 비어있던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올해 3분기부터는 우리금융 실적에도 동양·ABL생명보험 이익이 반영된다. 현재 하나금융이 지주 3위, 우리금융이 4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함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은 금융그룹으로서 하나금융의 성장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는 앞서 이룬 성과들은 발판삼아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며 “최우선 과제는 바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