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9-19 17:32:2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큰 짐을 내려놓게 됐다. 신라면세점을 이끄는 김준환 호텔신라 면세(TR)부문장 얘기다.
호텔신라가 무더기 적자를 지속해온 인천공항 일부 구역 사업을 철수하면서 앞으로 신라면세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호텔신라가 적자를 지속해 온 인천공항 면세점 일부 사업구역에서 철수하면서 김준한 호텔신라 TR부문장의 수익성 개선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김준환 TR부문장.
지난해 말 신라면세점 수장에 올라 매 분기마다 영업손실을 봐온 김 부문장으로서는 더 이상 핑계 거리가 없어졌다. 하반기 중국 단체 관광 무비자 정책 시행과 더불어 얼어붙었던 면세점 업황의 경쟁 강도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런 대외적 요인을 실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이게 됐다.
1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신라면세점이 2026년부터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호텔신라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DF1(향수, 화장품·주류, 담배)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10년 계약으로 따냈다. 당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기존 고정 임차료에서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신라면세점은 DF1구역에 최저수용금액보다 60% 이상 많은 금액을 써냈다.
하지만 그 뒤 관광객들이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방문하는 등 소비 추세가 변화하면서 공항 객수 회복으로 임대료는 오르는데도 면세점 매출은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신라면세점은 해당 구역에서 매달 60억~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고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도 해당 구역 면세사업에서 손익을 개선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존 규모의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인천공항에서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공항점 이용객의 객단가가 30~40% 이상 높아져야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수년 안에 그런 수준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신라면세점은 계약에 따라 2026년 3월17일 까지 DF1 구역 영업을 유지해야 한다. 1900억 원 수준의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백재승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약금을 등 약 19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올해 3분기 실적에 선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라면세점이 올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든 이유다.
이번 영업 중단 결정에 따른 신라면세점의 실적 개선은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F1 철수로 2026년 호텔신라 영업이익은 약 700억~800억 원의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화장품·향수 매장 전경. < Freepik >
김 부문장이 이끄는 TR부문은 호텔신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2024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보면서 전체 회사의 실적에 부담을 줬다. 호텔신라가 2024년 영업손실 52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주된 이유도 신라면세점의 부진 탓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그해 12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김준환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TR부문장에 앉혔다.
김 부문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4년 경영지원실 재무그룹장을 맡아 호텔신라에 합류했다. TR부문 재무그룹장을 거쳐 2018년부터 TR부문 경영지원팀장을 역임한 인물로 회사에서는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면세점 수익성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로 해석됐다.
김 부문장은 지금껏 신라면세점 수장으로 일하면서 실적에서 체면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 부문장 이전에 신라면세점을 이끌었던 전임 대표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실적 부진이었던 만큼 김 부문장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밑 빠진 독과 같던 인천공항 DF1 구역의 영업을 반년 안에 종료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실적은 곧 김 부문장의 책임이 된다.
김 부문장 앞에 펼쳐진 상황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업계 구조조정으로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 등 경쟁기업의 시내 면세점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업계 경쟁 강도가 완화하고 있다. 29일부터는 면세업계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내년 상반기까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철수 결정 전에도 하반기부터 신라면세점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김 부문장 앞에는 그 이상의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해야하는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문장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6월 세계 최대 면세기업 중국국영면세그룹(CDFG)을 운영하는 중국 여유그룹(CTG)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중국 현지 사무소와 연계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 활성화,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 협업을 통한 마이스(MICE), 인센티브 단체 등 고부가가치 단체 중심 유치활동 강화에도 나섰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메인 고객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면세점 입점 고객 수 증가로 이어지고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