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픈AI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오픈AI가 한국을 아시아 3번째 거점으로 선택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혁신의 선두주자인 오픈AI가 서울에 ‘오픈AI 코리아’를 설립하고, 산업·학계·정부 전반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AI 생태계가 새로운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픈AI와 국내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IT기업들이 추진해온 ‘소버린 AI(AI 주권)’ 전략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오전 10시, 오픈AI 코리아는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무소 출범을 알렸다. 이번 한국 지사 설립은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3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직접 참석해 한국 진출 배경과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권 CSO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차세대 글로벌 AI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의 비전은 AI가 모든 인류에게 책임감 있고 포괄적으로 혜택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인데, 한국과의 협력이 없다면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혁신 기업, 빠른 디지털 도입 속도를 갖춘 AI 혁신의 최적지”라고 했다.
오픈AI에 따르면 국내 챗GPT 주간 사용자는 1년 전보다 4배 가량 늘었고, 유료 구독자 규모는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오픈AI는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동시, 국내 AI 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는 챗GPT를 기반으로 한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에서 이미 영향력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픈AI는 2024년 4월 일본 사무소 개설 직후 소프트뱅크와 합작사를 세우고 주요 대기업에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공급하며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오픈AI가 일본 주요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기업용 AI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고, 동시에 AI 시장 주도권까지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오픈AI는 한국 사무소 출범 전부터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왔고, 기업용 제품 세일즈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채용하며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야놀자는 8일 오픈AI 엔터프라이즈 제품 도입을 공식화했고, 카카오도 23일 열리는 개발자 행사에서 카카오톡 채팅 탭에 챗GPT 챗봇을 탑재하는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오픈AI와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 전략이나 네이버·카카오·KT·LG 등이 각각 개발 중인 주권형 AI 프로젝트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AI가 국내 기업과 협력을 통해 한국 AI 기술과 서비스의 표준을 선점한다면, 한국형 소버린 AI 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픈AI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국내 기업 협력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권 CSO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학계·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정부의 AI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며 “SK, 삼성과 파트너십을 맺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와는 단계별로 협력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소버린AI 정책과 관련해 “한국은 AI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 성과를 이뤄낸 경험이 있는 만큼, 소버린 AI 추진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대학교와 업무협약으로 학계와의 연구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며, ‘오픈AI 포 컨트리즈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오픈AI 포 컨트리즈 이니셔티브는 오픈AI가 AI 인프라 구축을 돕고, 특정 언어와 지역적 요구에 맞춰 오픈AI 제품을 맞춤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12일에는 '파운더스 데이'를 열어 국내 스타트업, 개발자, 벤처투자사(VC) 간 네트워킹을 추진한다. 11월에는 개발자와 스타트업, AI 연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오픈AI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데브데이 익스체인지’를 개최한다.
권 CSO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 정부와 협력을 통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픈AI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