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요 기술주 주가 하락이 '인공지능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 시일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방향성이 중요한 시험대로 꼽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핵심 종목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이런 추세가 이어져 ‘버블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주가 하락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본격적 주가 재평가 구간으로 진입할지에 증권가 의견도 엇갈리며 투자자들이 섣불리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최근의 기술주 급락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갈수록 불안감을 느끼며 인공지능의 미래에 회의적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과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인공지능 ‘대장주’로 꼽히는 상장사 주가는 현지시각으로 19일부터 이틀 동안 대체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을 주도한 원인은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특정 기업의 실적 부진이나 투자 축소 발표와 같은 직접적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사 UBS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투자심리 악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 가운데 약 95%가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인공지능 버블’ 예고가 배경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가 최근 참석한 행사에서 이를 경고하는 성격의 발언을 전했기 때문이다.
올트먼 CEO는 “지금의 AI 열풍은 1990년대 ‘닷컴버블’ 시대와 유사한 면이 있다”며 “인공지능이 중요한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관련주 주가 하락에 분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버블 붕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현재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 작은 변수에도 증시가 크게 요동치며 이러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미국 주요 기술주는 장기간 이어진 강세장 이후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가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며 기관 투자자들도 점차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엔비디아 GPU 기반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홍보용 이미지. |
인공지능 관련주 하락세가 단기 조정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힘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8~9월은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기간으로 꼽히는 만큼 기술주 주가 하락폭이 더욱 커지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강력했던 ‘섬머랠리’ 이후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과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반도체 및 인공지능 관련주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술주가 일시적 조정을 마친 뒤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중장기 성장성 및 회복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는 확신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웨드부시도 “인공지능 기술 혁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핵심 기업들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인공지능 버블 붕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이런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른 시일에 인공지능 기업 주가에 관련한 투자자 심리를 결정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중요한 시험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자체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가 빅테크 고객사들의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에 긍정적 전망을 제시한다면 AI 버블과 관련한 투자자 우려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미국 기준금리 관련 방향성 언급도 통화정책 변동에 비교적 민감한 기술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고평가된 기술주 기업가치는 더 큰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날 연설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