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가 올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미래 성장동력을 ‘뷰티 디바이스’로 삼고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홈케어족’이 늘어나면서 화장품의 피부 침투력을 높이는 보조기기 ‘뷰티 디바이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뷰티 디바이스 산업은 뷰티에 기술을 더한 ‘뷰티 테크’ 시장 안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뷰티 글로벌 디바이스 산업은 2022년 18조 원에서 2030년 119조 원으로 연평균 2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이 산업은 2018년 5천억 원에서 2022년 1조6천억 원까지 규모의 성장을 해왔다.
LG생활건강이 올해 5월 ‘LG프라엘’로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이 대표가 국내외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뷰티 디바이스 후발주자 LG생활건강, 이정애 ‘LG프라엘’로 정면승부
이정애 대표는 선두주자들의 성공공식을 습득하는 한편 LG생활건강의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 세계적 유통망 등을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으로는 업계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 동국제약 등이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에이피알은 2021년, 동국제약은 2023년 일찌감치 뷰티 디바이스 산업에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메이크온’으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했는데 올해 상반기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2.7배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아마존에서 일부 제품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에이피알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1년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선보인 지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 대를 돌파했다.
에이피알의 올해 2분기 뷰티 디바이스 부문 매출은 9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동국제약도 2023년부터 뷰티 디바이스 ‘마데카 프라임’을 앞세우며 센텔리안24의 기초화장품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마데카 프라임은 선보인 지 1년 만에 기기 전용앰플 누적 매출이 2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기 자체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전용 화장품의 기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초화장품으로 이미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아이오페’를, 동국제약은 50년 넘게 대표 상처치료제로 인정받아 온 ‘마데카솔’ 성분을 이용한 전용 제품을 내놨다.
에이피알도 기초화장품 라인인 ‘메디큐브’가 소셜 미디어나 화장품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기기와 함께 전용 제품 자체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경쟁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전용 화장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6월 LG전자의 뷰티디바이스 ‘LG프라엘’의 상표권과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곧바로 신제품 ‘LG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을 선보였다.
디바이스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GLASSLIKE) 기초화장품 3종도 함께 출시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를 두고 ‘화장품 제조 기술력과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용 화장품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LG프라엘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전용 화장품의 효능을 꼽았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앞선 경쟁자들과 남다른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뷰티테크는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다수의 신흥 기업들이 점유율을 나누는 상황”이라며 “LG생활건강이 후발주자인 만큼 신흥 강자들의 성공 요인을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LG생활건강만의 경쟁력은? LG프라엘 10만 원대 가성비 내걸어
이정애 대표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이제 막 발을 들인 만큼 첫 제품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10만 원 대의 합리적 가격과 휴대성을 강조한 ‘LG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로 접근성을 낮춘 것이다.
기기와 전용 화장품 3종을 모두 합쳐도 20만 원 초반 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이미 업계에서는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다양한 디바이스가 이미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라 가격 이외의 다른 경쟁력도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이피알은 공식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적게는 10만 원대에서 많게는 60만 원대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10만 원대 제품인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미니’는 75g의 소형 제품으로 휴대성을 높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이 선보인 제품과의 무게 차이는 30g 정도로 소금 한 숟가락 정도의 차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시장에서는 이미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어 가격 이외의 경쟁력도 길러야 한다”며 “연구개발(R&D)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승부수에도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여전히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어 신사업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이 출시된 6월23일, LG생활건강은 주가 전일보다 7천 원 하락한 34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기준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5조3794억 원으로 LG생활건강(5조3414억 원)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뷰티 디바이스를 포함한 뷰티부문 실적도 감소했다.
뷰티부문에서는 매출 6046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9.4% 줄었고, 영업손실 163억 원으로 2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049억 원, 영업이익 5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각각 8.8%, 65.4% 감소했다.
하반기까지도 부진한 수익성은 여전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