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키로 한 5가지 차종 가운데 4종을 중남미 시장에 투입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픽업트럭 등 차량을 공동 개발해 중남미 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정 회장이 3월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미 픽업트럭 시장 강자인 GM과 다양한 픽업트럭을 공동 개발,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약한 픽업트럭 제품군을 강화해 중남미 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현대차와 GM이 공식 발표한 5개 차종 공동 개발 협력은 현대차가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와 GM은 이날 차량 공동 개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11개월 만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두 회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트럭, 소형 픽업트럭, 소형 승용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까지 모두 5가지 차량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차종이 5가지 중 4가지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 3위에 올라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중남미 시장에서 7만8천 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천 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한 차종이 필요한 만큼 이번 협력으로 내놓는 4개 신차종이 판매량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브라질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세계 6위 규모로 지난해에만 모두 263만4500대가 팔렸다.
지난해 브라질 자동차 시장 점유율 순위는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그룹이 25.5%로 1위, 폭스바겐그룹이 15.2%로 2위, GM이 12.0%로 3위, 현대차그룹이 10.1%로 4위를 차지했다.
2위 폭스바겐그룹과의 차이가 GM은 3.2%포인트, 현대차그룹은 5.1%포인트밖에 나지 않는 만큼, 차량 공동 개발을 통한 시너지를 낸다면 시장 점유율 순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2월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 브라질 법인과 현지 파트너사들을 통해 2032년까지 브라질 현지에 11억 달러(1조5189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직접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했다. 당시 현대차 브라질 법인과 현지 파트너사들을 통해 2032년까지 브라질 현지에 11억 달러(1조5189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M은 중형 픽업트럭 개발을 주도하고, 소형 픽업트럭을 비롯한 나머지 차종 4개는 모두 현대차가 개발을 주도한다는 점도 이번 협력의 특징이다.
정 회장이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와 손잡고 중남미 시장 공략과 함께 다른 차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픽업트럭 제품군을 강화해 판매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메리 바라 CEO와 MOU 체결 당시 “현대차와 GM이 글로벌 주요 시장과 차량 세그멘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 픽업트럭 판매 순위에서는 포드 F-시리즈가 76만5649대로 1위, GM 쉐보레 실버라도가 56만264대로 2위를 차지했다. 3위 램 픽업이 37만3120대, 4위 GMC 시에라가 32만4734대를 팔았다.
모델별 순위에서는 포드 F-시리즈가 1위지만, 실버라도와 시에라 판매량을 합치면 GM이 사실상 픽업트럭 시장 1위다.
실버라도와 시에라가 대형 픽업트럭으로 분류되는 만큼, GM이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중형 픽업트럭 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 픽업트럭은 현대차가 직접 개발을 주도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기아를 통해 타스만을 출시하며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준대형 모델인 타스만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면서 소형 픽업트럭으로 제품군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졌다”며 “현대차와 GM이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선다면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각자 정체성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는 분명히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